中 잔칫날에 재뿌린 北… 북중관계 악화일로
中 잔칫날에 재뿌린 北… 북중관계 악화일로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7.11.2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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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특사 방북 2주도 안돼 도발
中 외교부 "미사일 발사 강력 반대"
조선중앙TV가 29일 공개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모습. 사진 속 김 위원장은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 미사일 발사를 지시하는 친필명령을 작성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조선중앙TV가 29일 공개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모습. 사진 속 김 위원장은 새로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 미사일 발사를 지시하는 친필명령을 작성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중국의 잣칫날을 앞두고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면서 북중 관계의 급속한 냉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북한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특사가 방북한 지 2주도 채 안된 시점에서 도발을 한만큼 북중 관계가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9일 베이징 외교가에 따르면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 도발은 11월 30일∼12월 1일 '중국 공산당과 세계 정당 고위급 대화' 개최를 하루 앞두고 이뤄진 것이다.

중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지난 19차 당대회에서 채택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국외에 대대적으로 알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시진핑 집권 2기 이후 중국 당국이 야심차게 준비해온 이 행사에 사실상 재를 뿌린 도발을 하자 중국 내에선 이에 격앙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또 앞서 시 주석 특사로 쑹타오 당 대외연락부장이 방북했을 당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지 못했지만 북한의 고위층과의 대화를 통해 양국 북중 관계 정상화에 노력한다고 약속하고도 이뤄진 도발이라는 점에서 역시 규탄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쑹타오가 북한에 가져갔을 메시지가 '대화 복귀'와 '도발 자제'였을 텐데 이번 미사일 도발로 두 가지 모두 무시됐으니 중국으로선 특사 대북 면담 거절에 이어 두 번에 걸쳐 빰 맞은 격일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국은 미국에 맞서 대화 병행을 강력하게 주장해온만큼 이번 북한의 도발이 곤혹스러울수밖에 없다. 사실 이번 도발도 중국이 미국에 맞서 대북정책의 일관성을 고수하려는 상황에서 벌어졌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24일 베이징에서 장이브 로드리아 프랑스 외무장관과 기자회견을 통해 북핵 해법과 관련, "첫번째로 각국이 적극적으로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성명에서도 6자회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던 중국이 다시 6자회담 카드를 꺼냈던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무색해져 중국의 당혹감은 더 클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일단 중국 외교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행위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10분후부터 속보로 전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매체들은 이번 도발이 트럼프 미 행정부가 9년만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고 새로운 대북제재를 개시한 지 1주일 만에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일부 전문가들을 인용하며 이 같은 미국의 조치가 북미간의 긴장 가속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부분들은 미국 책임론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앞서 쑹타오 부장의 면담 불발을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또 한 번 북한이 중국의 성의를 깡그리 무시했다는 점에서 중국 내에서는 결국 북한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쌍중단(雙中斷·북한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동시중단)-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을 중재안으로 내세웠던 중국이 북한에 대해 앞으로 어떤 대응에 나설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