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의 대표 관광지로 꼽히는 의림지(義林池)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이 지역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무산 위기에 놓였다.
28일 제천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부터 의림지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으로 올리기로 결정하고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의림지는 원형이 보존된, 현존하는 국내 최고(最古)의 수리시설로 고대 수리시설 가운데 유일하게 해발 300m가 넘는 고지대 저수지다.
의림지는 우륵이 축조했다는 설과 조선 세종 때 현감 박의림과 세조 때 정인지가 쌓았다는 설 등이 있으나 5세기 후반 이전 삼한시대에 축조했다는 설이 정설로 전해진다.
특히 의림지와 주변 제림은 '제천현지도'와 '청구도', '사군강산참선수석(四郡江山參僊水石)' 등 고지도와 서화첩에 명승지로 소개될 만큼 역사적 가치와 빼어난 주변 경관을 갖춘 곳이다.
시는 이런 가치를 살리기 위해 지난해 의림지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으로 올리고, 6월에 '제천 의림지 세계유산 잠정목록등재를 위한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개최했다.
당시 한국정책능력진흥원은 제천 의림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가치가 충분히 지녔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다만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위해서는 민교육과 언론홍보 활동, 지역 사회단체와의 협력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시는 의림지 주변 지역주민들의 협력을 얻기 위해 지난 6월29일 용역 결과를 설명하는 공청회를 열었다.
하지만 공청회는 시작하자마자 무산됐다.
지역주민들이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까지 등재에 따른 의림지 주변의 개발행위 제한을 우려해 협력을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시는 유네스코 잠정목록 등재로 지금의 의림지 주변 지역민들에게 재산상의 피해는 전혀 입히지 않는다고 설득했으나 주민반발이 계속되면서 결국 시는 사업 추진을 잠정 보류했다.
시 관계자는 "비슷한 문제로 국가농업유산 지정 신청을 포기한 바 있다"며 "유네스코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지역민들의 지지가 절대적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사업 추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신재문 기자 jmshi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