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은 27일 한 달여 만에 재개된 본인 재판에 또다시 불출석했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을 연기하고 28일 다시 재판을 열기로 했다. 28일에도 출석하지 않을 경우 피고인 없이 궐석재판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인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7시30분께 건강을 이유로 한 불출석 사유서를 서울구치소에 내고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16일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은 정치적인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저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저에게 마침표가 찍혀졌으면 한다는 말과 함께 재판을 거부했다.
‘적폐청산’이 시대적 화두가 된 오늘날, 박 전 대통령의 재판 불출석을 보면서 한없이 부끄러웠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복무했던 전직 대통령의 비겁함 때문이다. 이제 와서 대통령의 자격을 따져 묻는 게 아니다. 지지의 여부를 떠나 대통령으로써의 품위와 명예를 지켜달라는 요구다. 비록 ‘반쪽짜리 대통령’이었을지라도 한 나라의 최고 통수권자의 뒷모습이 비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대통령직에서 처음으로 파면 당하고 국정농단과 관련해 투옥돼서도 ‘죄가 없다’고 주장한다. 검찰수사를 통해 최순실과 연루된 것이 드러났고, 본인의 지시에 따라 문고리 3인방이 국정원 특수 활동비를 상납 받았다고 실토한 것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오히려 ‘신뢰할 수 없는 법원’이라면서 사법부에 대한 상처내기에 열중이다. 자신은 죄가 없으니 모든 것을 맘대로 하라면서 ‘정치적 희생양’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이런 부끄러움은 비록 박 전 대통령만은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상황만 다를 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사이버사령부와 국정원의 국정농단이 파헤쳐지면서 검찰의 수사가 조여들자 ‘감정풀이’, ‘퇴행적 시도’라며 논점을 흐렸다. 지난 12일 이 전 대통령은 바레인으로 출국 하면서 검찰수사가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3일 뒤 귀국 때에는 입을 다물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일했던 인가들은 ‘노무현 정부에 대해 쌓아놓은 자료가 많다’면서 말을 흘리기도 한다. 서로 들고 있는 게 많으니 적당한 선에서 협의하자는 복선이 드러난다. 그의 이런 행보가 노회한 장사꾼의 ‘거래를 위한 흥정’으로 읽힌다면 너무 편향된 시각일까.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부총리였던 최경환 의원은 국정원 특수 활동비 1억원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 또한 자신은 떳떳하다면서 ‘할복’을 운운하면서도 28일 예정된 검찰의 소환에 불응하겠다고 한다.
아직 검찰 수사와 법원의 재판을 기다려봐야 하지만 본인들이 누렸던 사회적 지위에 따른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주길 바라는 것이다.
헌법상 한국의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과 영토 보전 의무,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 수호의 책무,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노력 의무 등을 가진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과 부총리가 법 제도를 무시하고 자신의 주장만 옳다고 하는 오만함에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비록 전직일지라고 헌법 수호의 의무를 지닌 대통령은 현행 법 체계와 제도를 존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