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명과 암… "교육 혁신 시작" VS "대혼란 불가피"
고교학점제 명과 암… "교육 혁신 시작" VS "대혼란 불가피"
  • 이현민 기자
  • 승인 2017.11.2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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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고교학점제 선택형 교육과정 우수학교인 서울 강서구 방화동 한서고등학교를 찾아 교실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고교학점제 선택형 교육과정 우수학교인 서울 강서구 방화동 한서고등학교를 찾아 교실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2022년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해 내년부터 3년간 일반계고와 직업계고 60곳을 연구학교로 지정해 운영하는 방안을 발표하자 교육계에서는 곧바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정부는 고교학점제루가 고교교육의 실질적 변화와 함께 서열화돼 있는 현행 고교체제 개편과 대입제도 개선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단체들은 고교학점제를 졸속으로 도입하면 오히려 학교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 서열화 된 고교체재 개편·대입제도 개선 효과 기대

교육부는 27일  '고교학점제 추진 방향 및 연구학교 운영계획'을 발표하면서 "고교학점제는 입시를 전제로 한 획일적 교육이 아니라 진로 개척과 잠재능력 개발을 목표로 한 실리추구형 학사제도"라며 "교육과정 이수 여부를 형식적인 출석 일수가 아니라 학점을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고교학점제 시행이 고교 입시를 비롯한 고교 체제 개편과 대입제도 개선의 연결고리이자 교육과정 전반의 변화를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분석도 나온다.

자사고·외고·국제고, 일반고 등의 학교 간 수직 서열화가 평준화 체제를 기반으로 한 수평적 다양화로 변화하고, 학교 유형 다양화를 명분으로 한 학교 선택권도 과목 선택권 확대, 학교 내 교육과정 다양성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대입에서도 국·영·수 내신과 수능 중심에서 선택 교과와 자발적 학습 활동을 종합 평가하는 쪽으로 바뀌고, 정량화·서열화된 점수 기준은 잠재력과 역량에 대한 정성 평가로 옮겨갈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고교학점제 최종 모형.(자료=교육부)
고교학점제 최종 모형.(자료=교육부)

개념 미정립으로 부작용 우려… "전면 재검토" 주장도

하지만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교사 충원 등 물리적 인프라 확충 문제를 비롯해 과목별 쏠림 현상과 도농격차 등 부작용이 불가피할 것이란 부정적 시선 역시 크다.

따라서 고교학점제는 치밀한 연구와 준비를 거쳐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날 교육부 발표 이후 논평을 통해 "고교학점제가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제도라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교육현장에서는 교육여건이 조성되지 않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밝혔다. 

이들은 "학생들이 원하는 교과목을 개설하려면 이를 가르치고 지도할 교사 수급이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돼야 한다"면서 "교사 1인당 학생 수 감축 등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아무리 다양한 과목이 개설돼도 좋은 내신성적을 받는데 불리하거나 대입에 반영되지 않으면 특정과목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대학진학이 현실적으로 가장 큰 과제라는 점을 고려하면 평가체제와 입시제도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우리나라 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꾸는데 기폭제가 될 수 있는 고교학점제가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함께 지혜를 모으겠지만 정부도 대선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임기 내 도입과 성과창출을 위해 절대 서둘러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아예 제도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다.

전교조는 "현재 고교학점제의 기본개념조차 합의되지 않았고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도 없었던 상황에서 제도를 추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제도를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른 교육제도와 교육여건에 대한 연관성 검토도 없이 새로운 교육정책을 학교현장에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반복돼왔다"며 "결국 새로운 정책은 기존의 학교교육과 따로 놀면서 학교현장의 혼란과 부담만 가중시켰다"고 덧붙였다.

전교조는 가장 큰 문제로 고교학점제 개념의 미정립을 꼽았다.

전교조는 "학교와 교사의 과목 개설권 범위와 낙제 제도 도입 여부 등 기본개념도 정립돼 있지 않다"며 학생들의 학습 불균형 심화, 비정규 강사 양산 가능성, 학급 공동체 약화 등 예상되는 부작용들을 나열했다.

그러면서 "학점제 도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국가교육회의가 출범하면 충분한 논의를 거쳐 도입을 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신아일보] 이현민 기자 hm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