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北, 정권 유지하려면 생활환경 개선에 힘 쏟아야
[기자수첩] 北, 정권 유지하려면 생활환경 개선에 힘 쏟아야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7.11.2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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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예인보다 세간의 관심을 끄는 사람이 있다. 바로 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남쪽으로 귀순한 북한 병사 오청성(25) 씨다.

오씨의 목숨을 건 귀순 과정은 자유를 향한 기적의 대탈주였다. 그는 군용 지프 차량을 끌고 시속 70~80km의 속도로 '72시간 다리'를 건너 JSA 쪽으로 접근했고 여러 발의 총상을 입은 채 귀순했다.

45분간의 긴박한 탈출을 감행한 오씨는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고 두 번의 수술 후 의식을 회복해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에 따르면 오씨는 판문점 북측 지역을 담당하는 판문점대표부 소속 병사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판문점대표부는 북한이 1994년 5월 군사정전위원회를 폐쇄하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 만든 군사기구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담당하는 경무부대와 판문점 후방 비무장지대 경비를 맡는 4개의 민경중대로 구성돼 있다. 오씨는 민경중대 소속 고위 장교의 운전병으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JSA 지역은 콘크리트로 만든 낮은 턱만 넘으면 바로 남측인만큼 철책이나 지뢰밭을 통과해야 하는 다른 곳보다 귀순이 쉽다.

이 때문에 북한 JSA 지역은 북한군 중에서도 당성이 강하고, 충성심이 높은 엘리트 출신들이 선발돼 배치된다. 물론 북한군에서도 가장 대우가 좋다.

하지만 오씨의 뱃속에서는 수십 마리의 기생충이 발견됐고, 위와 장에서 나온 음식물 대부분이 옥수수였다. 북한의 열악한 보건 실태가 귀순병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주민들의 위생과 생활환경을 개선하기는커녕 이번 오씨의 귀순 사건 이후 추가 탈북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문점으로 진입하는 통로인 72시간 다리에 출입통제를 위한 통문 설치를 하는가 하면 귀순병이 넘으려 했던 군사분계선(MDL) 인근 통로에 1m이상의 도량을 파고, 사상교육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북한 정권이 무기 구입과 김정은 일가의 동상 제조, 평양의 엘리트층에 대한 뇌물 등에 자금을 집행하면서 군인들조차 끔찍한 영양실조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어려운 실생활은 외면한 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붓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정권 유지에 급급해 주민들의 비참한 삶을 아랑곳하지 않는 상태는 결코 오래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김정은 정권은 알아야 한다.

더 이상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아까운 예산을 낭비하지 않고 주민들을 위한 생활환경 개선에 힘을 쏟기를 바라본다.

[신아일보] 박고은 기자 gooeun_p@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