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오타쿠는 단어의 뜻과 같이 집안에 박혀서 만화, 게임 등의 특정 대중문화에만 몰두하며 사회성이 결여된 사람을 지칭하는 부정적인 의미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 전문가를 뛰어넘는 시각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 의미로 바뀌었다.
‘욜로’(YOLO : You Only Live Once)는 미국의 래퍼인 드레이크의 2011년 노래가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원래는 한번뿐인 내 인생을 마음대로 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무모하거나 허세를 부리는 행동을 의미하였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에 소개되면서 한 번뿐인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현재의 행복을 위해 즐기자는 뜻으로 변화되었다.
위 두 단어는 과거 ‘웰빙’ 열풍과는 다르게 젊은 층에서 각광받고 있는데, 이는 N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이외에도 많은 것들을 포기한 세대)등으로 대표되는 현재 젊은이들의 상황과 맞닿아 있다.
구직난과 높은 물가, 감당할 수 없는 집값 등의 족쇄들은 젊은이들로 하여금 미래보단 현재를 열심히 즐겨야 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했기 때문이다. 즉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덕후’처럼 즐겼던 취미에 낮은 소득이나마 아낌없이 ‘욜로’하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젊은층의 소비패턴은 IT기술과 접목되면서 크게 변화하고 있다. 위너 소비자(Winner shopper)로 일컬어지는 이 세대는 남들과는 다르게 차별화된 의미를 가진 상품을 가성비(價性比)에 중점을 둬서 구매한다.
예를 들어 컴퓨터를 구입할 때 일명 ‘컴덕후’라고 일컬어지는 소비자들은 컴퓨터 완제품을 구입하지 않는다. 그들은 각 부품들의 가성비를 따져서 직접 구매하고 조립하여 주어진 예산 안에서 극대화된 성능을 이끌어낸다. 이들은 소비에 있어 쓸 곳과 아낄 곳을 철저히 구분하여 나만의 가치소비를 지향한다는 의미에서 덕후가 욜로하는 시대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요즘 유행어인 ‘그뤠~잇’과 ‘스튜~핏’은 좋은 소비와 나쁜 소비를 잘 표현하는 단어다. 이 말을 유행시킨 사람의 지론인 ‘돈은 안 쓰는 것’이라는 말은 얼핏 보면 욜로와는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필요 없는 소비를 절제하고 자신이 원하는 목표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점에서는 덕후의 가성비 쇼핑과 맞닿아 있다.
IT기술의 발달로 인해 소비자와 생산자의 정보비대칭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선택과 집중의 극한을 목표로 한 똑똑한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덕후들은 자신이 관심이 있는 분야에 대한 정보를 누구보다 빠르게 분석할 수 있다.
같은 취미를 가진 커뮤니티에서는 수많은 덕후들이 스스로 자기가 가진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한다. 이렇게 공유된 정보들로 상품의 목적, 가격에 따라 최고의 가성비를 제공해주는 리스트를 만들 수도 있다.
이러한 덕후표 집단지성을 통해 마침내 소비자들이 생산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게 된다. 바야흐로 경제학의 이상향인 완전경쟁시장에 한걸음 가까이가게 된 것이다.
적은 소득과 적은 소비, 그 와중에 소소한 행복을 위한 선택과 집중의 극한, 이것이야 말로 현 시대의 젊은 덕후들이 욜로하며 그려내고 있는 새로운 미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