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증가세가 정부의 각종 억제책에도 불구하고 꺾이지 않고 있다. 최근 세계 경제가 완만한 경제성장과 저성장을 뜻하는 ‘골디락스’ 훈풍이 뚜렷하지만 한국경제는 그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할 것이란 경고가 잇따른다. 과도한 가계부채로 인해 모처럼의 경기 회복세가 찬물 끼얹은 것처럼 꺼져버릴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올해 11월 기어이 가계부채가 1400조원을 돌파했다. 뿐만 아니라 올 연말께에는 1440조원을 넘어서고 내년에는 1500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잇따른다.
가구당 부채도 올해 처음으로 7000만원을 넘어섰다. 올해 3분기 가계신용은 1419조1000억원으로, 올해 가구추계 1952만 가구를 고려하면 가구당 7269만원씩 부채를 짊어진 셈이다.
빚은 자꾸 늘어만 가는데 소득은 정체되어 있다. 올해 3분기 월평균 명목 가구소득은 453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2.1% 증가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월평균 439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0.2% 감소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오는 30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로 집중되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와 미국 금리인상 예정에 따라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에서는 연 1.25%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채권시장에서는 금리가 뛰면서 금리 인상을 선 반영했다.
금리인상 여건은 충분하다. 세계경제 성장세에 힘입어 올해 한국경제는 3년 만에 3%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고조되던 북한리스크도 10월 이후로는 진정된 분위기다. 소비심리도 개선돼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12.3으로 6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문제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체감경기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는 수출과 달리 아직 내수시장엔 냉기가 흐른다. 특히 일자리 문제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게 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핵심공약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가 출범 200일을 맞았지만 일자리 사정은 그리 좋아지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26일 신(新) DTI의 구체적 계산식을 뼈대로 하는 ‘금융회사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24일 내놓은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후속 성격이다.
내년 1월부터 수도권과 투기지역에 우선 시행되는 신 DTI는 모든 주택담보대출 원리금과 주택담보대출이 아닌 기타대출의 이자를 합쳐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신 DTI는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원금까지 연간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인식하는 만큼 비율이 높아져 대출 가능 금액은 줄어든다. 결국 대출관리를 보다 효과적으로 강화하는 대책이다.
아직 신 DTI의 효과는 미지수다. 취지만 살펴볼 때 상당한 효과는 기대되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예고된 만큼 얼마만큼의 가계부채를 줄여 줄지는 의문이다.
가계부채는 그 증가속도를 늦추고 장기적 안목에서 관리하면 결코 ‘뇌관’으로 폭발하지 않는다. 한국경제의 규모나 저력이 충분히 연착륙할 수 있는 수준은 넘어섰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완만하면서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한다면 긍정적 힘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