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수능 연기' 호평받은 정부, 아직 숙제는 남았다
[기자수첩] '수능 연기' 호평받은 정부, 아직 숙제는 남았다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7.11.2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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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강진으로 일주일 연기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지난 23일 무사히 끝났다.

수능 연기가 처음 있는 일은 아니지만 천재지변에 따라 전날 수능이 연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능이 연기되자 학생과 학부모를 비롯한 전 국민은 그야말로 ‘혼란’에 빠졌다. 정부도 수능 연기를 결정하면서 파장을 예상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진 발생 직후 행정안전부와 경북도교육청 등이 실시한 현장 점검 결과를 토대로 대통령 주재하의 논의를 거쳐 수능 시행 12시간 정도 앞두고 연기를 결정했다.

전례 없는 상황에 일각에선 수능 연기에 따른 불편과 불만의 지적도 나왔으나, 정부는 ‘학생 안전’이 최우선임을 강조하며 잇따르는 여진의 공포 속에서도 ‘무사 수능’을 일궜다.

지진 직후부터 연기된 수능 시행까지 정부의 대응은 학생 안전을 최우선에 뒀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정부에게는 이번 사태로 큰 숙제가 생겼다. 해마다 60만명의 수험생이 치르는 수능 비상대책에 ‘구멍’이 뚫린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번 시험에서 정부는 임시방편으로 긴급 대피 상황이 발생할 경우 감독관이 대피 결정을 내리고 이에 따르는 모든 책임은 정부가 지는 것을 내세웠다.

다만 지진으로 대피한 수험생은 ‘시험 무효’ 처리가 불가피하고, 수능 문제 출제 등에 2개월 이상 걸려 2018학년도 대학입시 일정 안에 수능을 다시 보기는 불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수능은 학생들에게 학창시절 가장 중요한 시험이다. 따라서 교육부의 이 같은 방안은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대피를 늦춰지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시험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학생의 안전이 최우선임은 자명하다. 정부가 구체적인 재난 대피 기준, 재시험 방안 등을 골자로 한 ‘체계적 수능 매뉴얼’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불가피한 조치였다 하더라도 올해 수험생들은 극심한 혼란 속에서 시험에 응시하는 고통을 겪었다. 정부가 빈틈없는 후속조치로 수험생들의 고통을 어루만져줄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