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본부 어리석은 자의적 판단에 '세월호 유골 은폐'(종합)
현장본부 어리석은 자의적 판단에 '세월호 유골 은폐'(종합)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7.11.23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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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1차 진상조사 결과… 수습본부장-부본부장 사전 협의
미수습자 발인·삼우제 이후 알리기로… "수습자 유골로 예단"
김영춘은 부실 관리… "임명권자·국민 뜻 따라 진퇴 여부 결정"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오른쪽)과 이철조 세월호 후속대책 추진단장이 23일 세종청사 해수부 브리핑룸에서 논란이 된 세월호 현장 유골 은폐와 관련해 경위를 설명하고 나서 브리핑룸을 나서고 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오른쪽)과 이철조 세월호 후속대책 추진단장이 23일 세종청사 해수부 브리핑룸에서 논란이 된 세월호 현장 유골 은폐와 관련해 경위를 설명하고 나서 브리핑룸을 나서고 있다.

세월호 유골 은폐 논란은 해양수산부 현장수습본부장과 부본부장이 자의적인 판단을 내리면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졌다.

김현태 부본부장이 이철조 선체수습본부장과 사전 논의한 뒤 이를 알리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해수부 장관에게는 유골이 발견된 지 사흘 뒤에야 보고가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해양수산부는 23일 정부세종청사 해수부 기자실에서 세월호 유골 은폐 사건에 대해 이 같은 내용의 1차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수부는 김 부본부장 등 세월호 현장수습본부 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언론에 보도된 내용 상당 부분이 사실로 밝혀졌음을 인정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리아샐비지 소속 작업자는 지난 17일 오전 11시20분 이전에 목포신항 세척장에서 뼛조각을 발견했다.

이어 11시20분께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사람뼈로 확인하고 4분 뒤 현장수습본부 수습팀장(해수부)에게 전화로 통보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4시경 현장 책임자였던 김 부본부장은 이 본부장에게 '장례식 이후 미수습자 가족분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좋겠다'는 내용으로 유선 보고했다.

류재형 감사관은 "김 부본부장이 현장수습반에 유해 발굴 사실을 비공개토록 지시했다"며 "유해 발굴 사실 지연 전파에 관한 사항을 이 본부장과 사전 협의한 정황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부본부장은 비공개 지시 뒤 미수습자 발인·삼우제 이후에 발견 사실을 전파하려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 책임자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세월호 유골이 은폐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 16일 목포신항 북문 앞에 미수습자인 남현철군, 박영인군, 양승진 교사, 권혁규군, 권재근씨(오른쪽부터) 사진이 걸려 있다.
지난 16일 목포신항 북문 앞에 미수습자인 남현철군, 박영인군, 양승진 교사, 권혁규군, 권재근씨(오른쪽부터) 사진이 걸려 있다.

이에 대해 김영춘 장관은 "(현장 책임자가) 17일 장례식 바로 전날이었기 때문에 유골 주인이 전에 수습되었던 몇 분 중에 한 분 일거다라고 짐작하고 예단했다고 한다"며 "가능성이 크지 않은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미리 알려서 장례 일정에 혼선을 초래하고 고통의 시간을 더 보내게 하는 것이 현장 책임자 입장에서는 참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도 "김 부본부장이 미수습자 가족과 긴밀한 소통과 대화를 쭉 해왔고, 미수습자 가족의 심리적인 상태 등에 대해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다"며 "뼈 1점이 발견됐는데, 여러모로 합리적 추론을 해보니 기존 수습자의 유해일 가능성이 극히 높다는 보고를 받고, 현장의 판단을 존중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해당 사실을 20일 보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장관은 "20일 오후 5시께 이 본부장으로부터 17일 골편(骨片)을 발견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이 본부장이) 장례식과 삼우제 치르고 통보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 보고하지 않았다고 해, 왜 그동안 보고 하지 않았느냐고 질책하고 (미수습자 가족 등에게) 연락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장관은 20일 보고를 받은 뒤 언론보도가 있던 22일까지 이행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지시한 사항이 당연히 이행되고 있을 거로 생각했다"며 "확인을 못 했던 것은 제 불찰"이라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김 부본부장과 이 본부장의 자의적인 판단에 김 장관의 불찰로 나머지 사람들은 유골 발견 이후의 조치에 대해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었던 셈이다.

결국 유골 발견 사실은 선체조사위원회와 조은화·허다윤 어머니에겐 21일에서야 전해졌다. 다른 미수습자 가족들에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요청이 이뤄지던 22일 알려졌다.

그 사이 미수습자 가족들은 이 같은 사실을 모른 채 지난 18일 합동추모식을 치렀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23일 세종청사 해수부 브리핑룸에서 논란이 된 세월호 현장 유골 은폐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23일 세종청사 해수부 브리핑룸에서 논란이 된 세월호 현장 유골 은폐와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해수부는 김 부본부장 등 세월호 현장수습본부 5명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위법 부당행위 여부와 고의성 여부 등에 대해선 추가 조사하기로 했으며, 최종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김 장관은 "우선 1차로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을 알리고 추가조사를 통해 모든 사실을 한 치의 의혹도 없이 소상히 밝혀 국민들 앞에 보고 드리는 한편, 책임져야 할 사람에 대해서는 반드시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한번 세월호 전체 수습과정을 돌아보고 미진한 부분이 없는지 점검할 것"이라며 "추가 유해 발견 등 어떤 상황이 현장에서 발생하더라도 자의적이거나 비밀스럽게 처리하지 않는 등 재발 방지 대책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향후 거취에 대해선 "자리에 연연할 생각은 없다"며 "우선 일을 마무리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만든 후 임명권자와 국민의 뜻에 진퇴여부를 맡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