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임명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195일 만에 조각(組閣)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 야당 모두가 강력 반대하는데도 임명을 강행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앞으로 적지 않은 정치적 책임을 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뒤늦게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이 완성되면서 다음 순서인 공공기관·산하기관장 인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도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공공기관장 인사도 ‘낙하산’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23일 공공기관 경영공시시스템 ‘알리오’에 올라있는 330여 곳의 공공기관 중 현재 기관장이 공석인 곳은 60여 곳에 달한다. 임기가 만료됐거나 곧 만료 예정인 곳까지 합하면 100곳이 넘는다.
정치권에서는 지난 대선 때 캠프에 몸담아 대통령 당선에 이바지 한 인사들이 정권 실세들에게 온갖 연줄을 동원해 이력서를 들이미는 발길이 분주하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청와대는 민간 협회장 인사에 간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교체된 자리를 보면 그 ‘공언’을 믿기 어렵다.
600조원의 거대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에 연금이나 투자와 전혀 거리가 먼 김성주 전 의원이 임명됐다. 김 이사장은 전문성 보다 대선캠프에 몸담아 선거에 기여한 공이 컸다는 후문이다.
한국무역협회장에 노무현 정부 경제수석으로 문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김영주 전 산업자원부 장관, 손해보험협회 회장에 노 정부 경제보좌관 출신의 김용덕 전 금융감독원장이 선출됐다. 대한석유협회장에 공동 선대위원장 출신인 김효석 전 의원이 자리를 잡은 것과 한국인터넷진흥원장에 문재인 캠프 미디어특보단 출신의 김석환 전 KNN 대표가 취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공공기관장은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공개경쟁을 통해 임명하도록 제도화 돼 있다. 임추위는 일정기간 공고를 거쳐 응모한 인사들에 대해 서류심사로 후보를 압축하고 대면 면접을 한다. 대개 3배수의 최종 후보자가 선정되면 순위와 함께 기재부에 설치된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상정하고, 공운위가 기관장을 최종 확정한다.
그러나 이는 형식일 뿐 정권 창출에 공을 세운 사람 중 이미 결정된 사람을 추인하는 과정에 불과했다. 역대 정권에서 공공기관장이나 산하기관장은 선거에서 이긴 자들의 전리품처럼 나누는 자리였다.
‘적폐 청산’을 국정 과제의 최우선 과제로 삼은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런 그릇된 관행이 재현되지 않기를 바란다. 전문성과 능력을 고루 갖춘 후보자들이 공정 경쟁을 통해 확정된다면 공공기관들의 훨씬 나은 성과들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원론적 주장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단 한 석의 자리라도 제대로 공정경쟁을 해서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일이다.
마침 국회에서 ‘공공기관 낙하산 방지법’이 등장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은 22일 공공기관장을 심의하는 공운위에 국회 추천 인사를 포함시키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골자의 ‘공공기관 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