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댓글공작' 김관진 석방… MB 향한 검찰 수사 '빨간불'(종합)
'軍 댓글공작' 김관진 석방… MB 향한 검찰 수사 '빨간불'(종합)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7.11.22 23: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원, 구속적부심사 신청 인용… "범죄 성립 다툼여지 있어 방어권 보장"
구치소 나온 김관진 "수사가 계속되니 성실히 임하겠다"… 수사 일단 제동
구속적부심에서 석방이 결정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22일 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구속적부심에서 석방이 결정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22일 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22일 법원의 구속 재심사 끝에 풀려나게 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온라인 여론조작 활동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지 11일 만이다.

이에 따라 김 전 장관의 혐의와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하던 검찰 수사에는 비상이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1부(신광렬 수석부장판사)는 22일 김 전 장관이 신청한 구속적부심사를 진행한 뒤 인용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피의자의 위법한 지시 및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의 정도, 피의자의 변소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고,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석방 이유를 밝혔다. 

구속적부심사는 피의자 구속의 위법성과 적법성, 필요성 등을 법원이 다시 판단하는 제도다.

앞서 김 전 장관은 20일 법원에 구속적부심을 청구했다. 변호인은 청구서에서 "영장청구 범죄사실은 소명됐다고 볼 수 없고, 도망할 우려가 없으며 증거자료가 모두 확보돼 증거를 인멸할 염려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연제욱, 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이 모두 불구속 상태에서 항소심 재판 중이라는 점 등을 제시하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날 구속적부심사에서도 김 전 장관 측은 "사이버심리전을 지시했을 뿐, 정치관여에 해당하는 댓글 작성을 지시한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군무원 선발 과정에서도 "직권을 남용하거나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또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은 "(김 전 장관은) 형사처벌을 모면하기 위해 증거인멸을 하거나 중형이 선고될 것을 두려워해 도망갈 만큼 무모하거나 비겁한 사람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 11일 "주요 혐의인 정치관여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적부심에서 석방이 결정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22일 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구속적부심에서 석방이 결정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22일 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가 이날 구속적부심을 인용함에 따라 김 전 장관은 법원의 석방 결정 약 1시간 뒤 서울구치소에서 직접 걸어나왔다.

그는 석방 심경을 묻는 취재진에 "수사가 계속되니 성실하게 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혐의가 소명됐다고 보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앞으로 수사에 성실하게 임할 계획이다"라고 짧게 말한 뒤 차를 타고 귀가했다.

김 전 장관은 2010∼2012년 연 전 사이버사령관 등에게 정부와 여권을 지지하고 야권을 비난하는 방향으로 온라인상에서 정치관여 활동을 벌이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댓글 공작 활동을 벌인 530심리전단의 군무원 79명을 추가 배치할 때 친정부 성향을 지녔는지를 기준으로 선발하도록 하고, 특정 지역 출신을 배제토록 조치한 혐의(직권남용)도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김 전 장관의 석방으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군 정치공작 사건의 '윗선'으로 꼽히던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향후 수사가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이 전 대통령을 향해가는 수사의 주요 길목 중 하나였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사이버사 활동 내역, 인력 증원, 신원조회 기준 강화 등을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지시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시 및 보고 정황이 담긴 문건도 나왔다. 앞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2012년 3월10일자 '사이버사 관련 BH(청와대) 협조 회의 결과' 문건에는 사이버사 군무원 증원을 두고 "대통령께서 두 차례 지시하신 사항"이라고 언급한 내용이 있다. 이 문건은 김 전 장관이 직접 서명했다.

이 밖에도 앞서 김기현 전 사이버사 심리전단 총괄계획과장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진행된 댓글 공작 상황을 매일 김 전 장관과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따라서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사이버사 인원 증원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점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정치개입 등 다른 의혹에는 입을 닫고 있는 점 등에서 김 전 장관의 신병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영장심사를 거쳐 구속된 김 전 장관을 같은 법원에서 구속의 필요성이 없다며 석방함에 따라 검찰의 반발도 예상된다.

수사에 제동이 걸린 검찰은 일단 법원이 김 전 장관 석방 결정을 내린 구체적인 이유를 검토한 뒤 추가 수사 방향을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