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미수습자 장례 전날 '유해 발견' 은폐한 해수부… 파문 확산
세월호 미수습자 장례 전날 '유해 발견' 은폐한 해수부… 파문 확산
  • 박선하·박한우 기자
  • 승인 2017.11.22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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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뼈 추정 유골 발견하고도 닷새 동안 '쉬쉬'
"추가 수색 여론 형성되지 않도록 숨겼나" 의혹
文대통령 "이해할 수 없는 일"… 해수부 간부 보직해임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시신 없는 장례식'을 치르기 전날인 지난 17일, 세월호 선체에서 유골을 발견한 사실을 해양수산부가 닷새나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지난 18일 오전 전남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5명의 추모식이 열려 운구차량이 선체 주변을 한 바퀴 돌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시신 없는 장례식'을 치르기 전날인 지난 17일, 세월호 선체에서 유골을 발견한 사실을 해양수산부가 닷새나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지난 18일 오전 전남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5명의 추모식이 열려 운구차량이 선체 주변을 한 바퀴 돌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목포신항만을 떠나기 전날 세월호 선체에서 수거된 진흙에서 사람의 것으로 추정되는 뼈 1점이 추가로 발견됐지만, 해양수산부가 이를 닷새 동안이나 알리지 않아 은폐 의혹이 일고 있다.

22일 해수부 세월호 현장수습본부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11시 30분께 세월호 객실 구역에서 빼낸 지장물(쌓인 물건더미)을 세척하던 중 사람 뼈로 추정되는 1점의 뼈가 발견됐다.

당시 국방부에서 파견한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는 해당 유골이 사람 뼈임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현장수습본부 김현태 부본부장은 이 사실을 보고 받은 후에도 세월호 선체 조사위원회와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동안 해수부는 유골이 발견되면 선체 조사위와 미수습자 가족 등에게 통보해왔다. 또한 언론에 매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씩 현장 수색상황을 정리한 보도자료를 배포해왔으나, 17일부터 22일까지 유골 수습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이다.

더군다나 김 부본부장은 현장 관계자들에게도 "내가 책임질 테니 유골 수습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오전 전남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5명의 추모식이 열려 권재근 씨, 혁규 군 가족이 헌화하며 오열하고 있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유해 대신 유품을 관에 담아 이날 장례절차에 들어갔다. (사진=연합뉴스)
18일 오전 전남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5명의 추모식이 열려 권재근 씨, 혁규 군 가족이 헌화하며 오열하고 있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유해 대신 유품을 관에 담아 이날 장례절차에 들어갔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단원고 양승진 교사, 남현철·박영인군, 권재근·혁규 부자 등 5명의 미수습자 가족들은 지난 16일 목포신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통하고 힘들지만 이제 가족을 가슴에 묻기로 했다"며 목포신항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이어 18일 목포신항에서  유해 없이 추모식을 치르고 모두 철수했다. 

지난 5월 이영숙씨 유골 발견을 끝으로 성과 없는 수색작업이 이어지자 더 이상 수색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김 부본부장을 비롯한 해수부 일부 간부들은 이후 미수습자 5명의 장례식에도 참석했지만, 유골 발견 사실을 끝까지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 21일 유골 발견 사실이 현장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김 부본부장은 김창준 선체조사위원장을 찾아가 보고가 지연된 이유는 설명하지 않은 채 유골을 추가로 수습했다고만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정황이 알려지자 해수부가 추가 수색 여론이 형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유골 추가 수습 사실을 은폐하려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해수부의 유골 발견 은폐는 세월호 선체조사위 특별법 위반 소지도 있다. 특별법 38조와 45조는 "누구든지 위계로써 선체조사위의 직무수행을 방해해선 안 되고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이에 미수습자 가족들은 정부의 강력한 조치를 촉구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선조위 관계자는 "미수습자 가족들이 유골 발견 은폐 사실에 분노하며 고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조위에서도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등을 요구하는 공문을 해수부에 발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관련 부처를 질타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문 대통령이 "미수습자 수습은 유족만의 문제가 아닌 온 국민의 염원인데 이렇게 안일한 대응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을 묻고 유가족과 국민에게 한 점 의혹 없이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22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세월호 미수습자의 손목뼈로 추정되는 뼈가 장례 전날 발견됐으나, 장례가 끝날 때까지 나흘 동안 해양수산부 내부에서 이를 은폐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적었다. 

이어 "오늘 해양수산부 장관으로부터 전말을 보고받았다.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미수습자 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 거듭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은폐 사건과 관련해 김 부본부장을 보직 해임했다. 또 감사관실을 통해 관련 조치가 지연된 부분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김 장관은 "조사 결과에 따라 해당 관련자에 대해 응분의 조치를 하겠다"고 밝히면서 미수습자 가족과 국민에게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