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저출산시대에 뜨는 프리미엄 유아용품이라니
[기자수첩] 저출산시대에 뜨는 프리미엄 유아용품이라니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7.11.22 17: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킨텍스에서 열린 출산·육아 관련 박람회장을 방문한 기자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박람회장을 가득 채운 인파에 ‘대한민국이 저출산의 덫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오보는 아니었겠지’라는 생각이 잠시 잠깐이지만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박람회장을 찾은 예비 부모들을 비롯해 유모차를 끌고 아이와 함께 박람회장을 찾은 많은 엄마, 아빠들은 너나할 것 없이 내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유아용품을 마련해주기 위해 여념이 없었다. 또 이런 부모들의 마음을 잘 아는 업체들은 서로 자신들의 제품이 가장 훌륭하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런데 지속되고 있는 불경기에도 이날 박람회장에서 유독 많은 인파가 몰린 곳들은 대부분 고가로 알려진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들을 취급하는 부스들이었다.

사실 출산율 하락으로 수년간 유아용품업계는 지지부진한 실적을 기록해왔다.

하지만 최근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더 큰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손에 넣길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프리미엄 유아용품 시장이 고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KT경제경영 연구소에 따르면 출생아 수는 감소하는데 반해 유아용품 시장 규모는 2014년 1조8900억 원에서 2015년 2조3700억 원으로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의 아동 상품군 매출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현대백화점의 아동 상품군 매출 증가율은 2014년 11.2%, 2015년 12.5%, 2016년 18.5%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더불어 럭셔리 유아용품을 만날 수 있는 편집숍도 증가하고 있다. 국내 유아용품 기업 역시 여기에 동참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아이를 기르기에 녹록치 않은 현실 속에 사는 부모들의 가슴을 더욱 답답하게만 만든다.

아이가 자라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돈 덩어리'다. 예방접종비만 100만원 넘게 들고 국가에서 지원해 준다는 보육료는 저소득층 아니면 받기도 힘들다.

이런 상황에 프리미엄만을 부추기는 유통 생태계는 부모들에게 큰 부담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고가의 ‘유기농’ ‘친환경’ 제품들이 정말로 몸에 좋은 것인지, 프리미엄 제품들이 일반 제품들보다 훨씬 ‘안전’한 것인지 소비자들은 정확한 정보를 찾을 길이 없다.

적어도 관련당국에서 제품별 상세 정보를 명확하게 조사해 제시한다면 이런 불안감들은 줄어들 텐데 말이다.

또 이렇게 되면 업계 측에서도 저렴하면서도 더 질 좋고 실용적인 제품을 내놓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지 않을까.

아직까지도 대한민국이 ‘아이 기르기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 그래도 이 땅의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의 얼굴에서 시름을 잊고 희망을 본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