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이 발생한지 채 몇 분 되지 않아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진동을 느낄 정도였으니 국민도 놀라고 정부도 놀랐다.
결국 지진발생 당일 범정부 협의를 통해 수능일을 16일에서 23일로 일주일 전격 연기한다는 발표가 났다. 수능 시험까지 불과 열 시간 남짓 남은 상황이었다.
재난·재해로 인해 수능일이 연기된 첫 번째 사례로 사상초유의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수능을 보기 위해 휴가를 냈던 군인에서부터 수능 이후 각종 마케팅 계획을 잡았던 유통가까지 고작(?) 일주일 연기된 수능에 당황한 이들이 적지 않다.
물론 대학입시 일정 전반을 조정해야 하는 교육부와 대학 등 현장 일선은 말할 것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진 패해 현장의 상황을 보면 많은 이재민과 부상자가 발생했고 건물피해가 있었다.
연이은 여진에 고사장 안전도 담보할 수 없던 상황에서 수능 연기결정을 신속하게 내린 정부의 판단은 옳았다.
수능 연기 결정 직후 당사자인 수험생들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수능일에 맞춰 준비했던 저마다의 사정을 들며 수능연기 결정이 잘못됐다는 의견들이 만만치 않았다. ‘수능일에 맞춰 생리일을 조절했다’거나 ‘수능이후에 성형예약을 했다거나’ 하는 갖가지 이유들이었다.
반면 포항지역의 피해상황을 보면 생각했던 것 보다는 훨씬 심각했기 때문에 해당 지역 수험생들을 고려한다면 수능연기는 당연하다는 주장들이 SNS상에서 오고갔다.
어찌됐든 수능 연기 결정에 따라 지난 20일 김상곤 교육부장관은 연기된 수능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수능이 두 번 연기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해당지역 수험생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포항지역 북부 4개 고사장은 남부에 위치한 고사장으로 옮기고 12개 예비고사장을 마련했다.
또 여진에 대해서는 수능 시작이후 진동이 느껴지나 경미한 상황(‘가’ 단계)인 경우 중단 없이 시험을 계속 치르고, 경미한 상황은 아니지만 안전을 위협받지 않는 상태(‘나’ 단계)에서는 시험을 중지하고 책상 아래로 대피했다가 안전에 문제가 없으면 시험을 재개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때로는 어떤 사건이 개인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와 일종의 공포심을 불러일으킬 때가 있다. 포비아(Phobia)라고 하는데 특정 동식물, 물건, 환경, 또는 상황에 대하여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피하려는 불안장애의 일종이다.
수능 이틀 전인 21일 오전 기준으로 여진이 총 61차례에 달했으니 해당지역 수험생들에겐 무의식적으로라도 지진에 대해 일시적으로 공포심이 생겼을 수도 있다.
정부도 지속적인 고사장 안전점검을 포함해 당일 발생할 수 있는 비상상황에 대처할 방안을 마련했다고 하니 포항지역 수능생들은 지진 포비아를 떨쳐버리고 평정심을 찾아 모두가 선전하기를 바란다.
더불어 정부는 수능당일 만전을 기하는 동시에 수험생들의 심리적 안정에도 각별한 배려를 해주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