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배우기 바람이 거세다. 우리 기업의 해외시장 개척 활동과 대중문화 인기에 힘입어 세계로 퍼져나가는 중이다. 중국, 일본, 몽골, 필리핀, 베트남, 네팔, 태국, 캄보디아, 인도,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 등에서는 벌써 난리가 났고 이집트, 이란, 요르단, 모로코, 볼리비아, 페루 등지에서도 열기가 심상찮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사람, 현지 한국 기업에 취직하려는 사람, 한국 드라마와 K-팝 공연을 보고 호기심 발동한 사람이 급증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그런데 이처럼 놀라운 변화에 비해 우리 정부 지원은 넉넉지 않다. 인도만 해도 그렇다. 인도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한국어에 관심을 나타낸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이다. 그 즈음 인도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절충형 경제시스템을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는 개혁 드라이브가 한창이었다. 자본, 인력, 상품이 보다 자유롭게 드나들도록 정책을 바꾼 것이다. 일대 전환기를 맞아 1996년 김영삼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했고 삼성, LG, 대우, 수출입은행, 한일은행, 상업은행 등 경제계도 진출을 서둘렀다. 당연히 한국어 붐이 일었다. 당시는 일본 기업들이 먼저 투자를 시작하고도 정치사회적 불확실성을 겁내서 과감한 도전을 주저하던 시기였다.
최근 우리말에 대한 인도인의 관심은 더 뜨겁다. 한국어 능력시험에는 많은 청년들이 몰려든다. 현지 한국 기업에 취업하거나 서울 가서 일자리 구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아마 당분간은 이런 반응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우리말 학습 기회가 드넓은 인도대륙의 일부 지역, 소수 사람들에게만 돌아가는 게 아쉽다. 델리대학이나 네루대학 같이 한글을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기관이 거의 대부분 수도 델리에 위치해서다. 그러다 보니 자타가 공인하기를 남부 인도 최대 도시라는 첸나이조차 시민들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알고 싶고 배우고 싶어도 찾아갈 만한 곳이 없다. 결국 이를 안타깝게 여긴 한국문화원이 우리 기업의 지원을 받아 한글강좌를 열고 있다.
우리말 시간에 시민들이 교실 가득 모이는데도 불구하고 첸나이의 인도인 문화원장은 한참 멀었다는 표정이다. 지금의 인력과 시설로 어떻게든 꾸려갈 수 있겠지만, 수강생의 언어구사 능력을 기본수준 이상 단계까지 시원하게 끌어올리려면 한국에서 정식교육을 마친 강사가 최소한 이삼 년씩 체류하면서 지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든 기업이든 실력 출중한 강사를 모시고 시설 개선하는데 조금만 힘을 보태준다면 첸나이 일대에 한국어 돌풍을 일으킬 자신 있다는 얘기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문화원장 머릿속 진짜 그림은 델리, 첸나이 거점에다 뭄바이, 콜카타, 하이데라바드, 러크나우까지 더한 인도 6대 도시 전역에 한국어 광풍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런 얘기를 들은 때가 불과 몇 년 전이다.
마침 태국 교육부가 자국 대학입시의 제2외국어 과목으로 한국어를 채택하면서 해외 한글 보급 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이제 한국어를 대입 과목에 포함시킨 나라는 미국, 일본, 호주, 프랑스, 태국 등 5개국으로 늘어났다. 바깥에서 일어나는 한국어 학습 붐은 곧 우호적인 경제 환경 확산과 마찬가지다. 사정이 이런데 정작 정부 지원은 그저 소소한 모양이다. 앞으로는 정부가 확실하게 뒷받침해서 첸나이와 방콕발 한국어 바람이 지구촌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