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샤오미 최고경영자(CEO) 레이쥔(雷軍) 회장은 향후 5년 동안 인도 기술 스타트업 100곳에 10억달러(1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년간 중국 300여 개 회사에 40억(4조원) 이상을 투자해 만들었던 성공경험을 살려 인도에서도 모든 종류의 서비스와 상품을 통합한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샤오미는 자사 이름으로 출시되는 대부분의 제품을 직접 개발하지 않는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회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만든 제품들에 브랜드를 제공할 뿐이다.
이같은 샤오미의 행보의 본질적인 강점은 바로 ‘생태계 구축’이다. 해당 전략을 통해 미홈(Mi Home)과 같은 스마트 홈 생태계를 구축하고 플랫폼인 MIUI의 중심에 샤오미의 스마트폰을 세웠다.
향후 인도시장에서 우수한 스타트업들에 직접 투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신들이 투자한, 경쟁력 있는 업체들을 ‘샤오미 생태계’에 포함시킴으로써 인도시장에서도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샤오미는 지난 3분기 인도 시장 1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샤오미의 3분기 점유율은 25%를 기록, 삼성전자와 불과 1%포인트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 다른 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도 샤오미의 3분기 점유율이 22%로 삼성전자에 1%포인트 뒤졌다고 밝혔으며, IDC는 샤오미의 점유율이 23.5%로 삼성전자와 공동 1위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아직 인도시장에서 생태계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서지도 않았을 당시의 성적표다. 돌이켜보면 중국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하락한 이유는 가성비나 혁신성 결여, 후발 중국업체들의 추격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샤오미와 애플이 생태계 구축에 열중하는 동안 삼성은 기존처럼 브랜드와 기술, 혁신에만 매몰돼 있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생산설비 등 시설 투자에 46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지난해 시설투자액인 25조5000억원에 비해 무려 81.2% 증가한 것으로, 사상최고치다. 반도체 사업의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지속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스타트업 지원은 여전히 인색하다는 평이 다수다. 외부에 혁신적인 스타트업과의 협업보다는 사내벤처육성프로그램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구글처럼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인지 세계 제일의 전자회사로 손꼽히지만 생태계 구축을 통한 지속가능경영을 하고 있다는 평은 어디에도 없다.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사물 인터넷이나 인공 지능과 같이 다양한 기기들이 하나의 플랫폼 위에서 동작한다. 이런 기기들에서 나온 빅데이터를 얼만큼 쉽게, 그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큐레이션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상상하기 어려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시대다. 기술제일주의로 세계 정상에 올랐던 소니가 개방적 협업 대신 독자적 제품만을 고집하다 나락으로 추락하는 것을 목도한지 이미 10년이 넘었다. 모든 제품을 직접 개발하는 사업모델보다는 생태계 구축을 통한 장기적인 선순환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