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년전과 달라진 한반도의 흔들림
[기자수첩] 1년전과 달라진 한반도의 흔들림
  • 이정욱 기자
  • 승인 2017.11.1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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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에서 익숙치 않은 떨림이 느껴졌다. 그러더니 곧 건물 전체의 흔들림으로 이어졌다. 지진이었다.

지난 15일 오후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에 있던 기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실제 지진에 의한 떨림을 몸소 체험했다. 포항에서 시작된 규모 5.4 지진의 진동과 공포감은 이처럼 200㎞ 가량 떨어진 세종시까지 전해졌다.

국내 관측 사상 가장 큰 규모로 기록됐던 작년 경주 지진 당시 기자는 서울에 있었다. 그래서 포항 지진은 규모상으로는 역대 두 번째일지 몰라도 기자의 몸에는 가장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실제 지진이 휩쓸고 지나간 포항지역의 모습은 참혹했다. 도로가 갈라지고 건물 외벽이 힘없이 무너졌으며, 내진설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건물들은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었다. 정도는 다르지만 경주지진 때의 피해가 고스란히 재현된 듯 했다.

그러나 1년 전과는 크게 달라진 점이 있었다. 바로 휴대전화가 울렸다는 것이다. 그것도 지진발생과 거의 동시에.

이번 지진 발생시각은 오후 2시29분으로 기록됐다. 기자의 핸드폰으로 기상청의 긴급재난문자가 들어온 시각은 오후 2시30분이다. 지진이 발생한 후 진동을 느끼고 "안전에 주의바란다"는 문자를 받은 일련의 과정이 모두 1분 내에 이뤄졌다.

서울 거주자들 중에는 지진의 진동보다 안내문자를 더 먼저 받은 사람이 상당 수 일 정도로 기상청의 안내는 신속했다.

경주 지진 때만 해도 지진 발생 후 약 8분 정도가 지나서야 긴급 재난문자가 발송되는 등 정부의 대응체계는 허술했다. 그러나 이후 불필요한 절차를 줄이고, 긴급재난경보의 자동화 등을 추진해 온 정부의 노력은 또 한 번의 비슷한 상황에서 전혀 다른 결과로 나타났다.

정부부처와 유관기관들의 대처도 일사불란해서 지진 발생 10여분만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가동되고, 지진 발생 약 40분 만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현장으로 급파됐다.

이 같은 변화의 의미는 적잖다. 지진이 발생하는 것 자체는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지만, 그에 대응하는 정부를 신뢰할 수 있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그 다음 이어질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반도를 흔들고 있는 지진이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불청객임에는 분명하지만, 정부의 안일한 자세를 바꾼 특효약이었다는 점도 부정할 수는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