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변종 바이러스 사람 간 감염… 확증 없다 vs 1600명 감염
AI 변종 바이러스 사람 간 감염… 확증 없다 vs 1600명 감염
  • 문경림 기자
  • 승인 2017.11.1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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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發 H7N9 변종 흰담비 간 감염 가능성 확인

중국에서 시작된 AI(조류인플루엔자, 조류독감) 바이러스 변종이 세계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곧 사람 간 감염이 시작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보건 전문가들은 과도한 걱정과 공황상태를 경계해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경고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뉴욕타임스와 국제학술지 등에 따르면, 세계 보건 당국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중국을 중심으로 확산 중인 AI(H7N9) 변종 바이러스다.

지난달 미국 위스콘신대학의 유명 바이러스학자 가오카와 요시히로 교수는 AI(H7N9) 변종 바이러스가 흰담비를 감염시켜 죽일 수 있고, 흰담비들 사이에서 전염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흰담비는 인간의 독감 바이러스 감염 및 영향 연구의 '최적 대리 모델'인 동물이다.

가오카와 교수는 이에 대해 "공중 보건에 좋지 않은 일이다"고 밝혔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사진=신아일보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사진=신아일보DB)

지난 2013년 처음 시작된 AI(H7N9) 바이러스 감염 파동은 여러 지역으로 이어지며 수많은 변종들을 만들며 강력해졌다.

또 지난 2016년 10월부터 AI(H7N9) 변종 바이러스 대규모 감염의 제5차 파동이 진행됐으며, 약 1600명이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 가운데 근 40%가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된 사람들의 대부분은 살아있는 가금류와 접촉을 통해 이뤄졌으나 일부 사례의 경우 확증은 없지만 인간 간에 전염됐을 가능성이 시사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팀은 AI(H7N9) 바이러스 유전체에서 인체 세포의 바이러스 수용체에 더 잘 달라붙게 만드는 아미노산 변형체가 3종 발견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실험실에서 확인된 것이어서 실제 자연계에서 인간 독감 바이러스로 돌연변이를 일으켜 대유행을 일으킬 가능성은 그리 크지는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조류에서 감염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변종 간의 치명적 결합이 등장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졌다.

뿐만 아니라 지난 9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AI(H7N9) 바이러스가 조류에는 이미 치명적인 것으로 변모했으며, 이는 사람에게도 더욱 위험하면서 더 쉽게 감염될 가능성을 높여준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중국 AI(H7N9) 바이러스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 변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백신 개발이 더 복잡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 등에서 사용되는 백신은 2013년 균주에 바탕을 둬 만든 것이며, 변이바이러스 가운데 저병원성 균주에 기반을 둔 백신은 개발됐으나 아직 임상시험이 이뤄지지 않았다.

문제는 그동안 저병원성이 주를 이뤘으나 올해 들어선 고병원성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보건 당국 관계자들은 수백만명의 사망자를 낳은 지난 1918년 스페인 독감처럼 세계적인 대유행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가장 큰 바이러스로 독감 바이러스를 꼽는다.

그러나 새로운 조류인플루엔자 변종들에 대한 경고를 크게 울리는 것을 조심스러워 한다. 과도한 걱정과 공황상태를 우려해서다.

또 예측이 실패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05년 세계적으로 닭과 오리 수천만 마리를 폐사시킨 H5N1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변형돼 인간에게도 크게 확산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 변종은 아직 이집트와 인도네시아 등에서 돌고 있으나 지금까지는 인간의 대유행병을 일으키지 않았다.

또 2009년엔 멕시코에서 돼지들에서 나온 H1N1 독감 바이러스 때문에 이른바 '돼지독감' 인간감염 공포와 비상사태가 벌어졌다. 그러나 이 바이러스는 이제는 평범한 계절성 독감 바이러스 변종 가운데 하나가 됐으며 그동안 수백만명이 감염됐지만 상대적으로 사망자는 적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사진=신아일보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사진=신아일보DB)

보다 밀접한 문제는 우리나라가 AI 바이러스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8일 전북 고창에 있는 육용오리 농가(사육규모 1만2300수)에 대한 도축 출하 전 검사 결과 H5형 AI 항원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고병원성 여부는 21일께 나올 예정이다.

또 지난 14일 경기 고양 장항습지에서 수거한 야생조류(쇠기러기) 폐사체에서 H5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됐으며, 전남 순천 순천만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서도 발견됐다.

당국은 AI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검출지점 중심 반경 10㎞ 지역을 통제하고 소독했다.

AI(H7N9) 변종 바이러스 논란을 쉽게 넘기기 어려운 것은 이러한 환경 때문이다.

AI 바이러스 이외에 이번 겨울 주목받는 계절성 독감 바이러스는 H3N2 및 B야마가타변종 등이다.

그러나 독감 바이러스 유행엔 변수가 워낙 많고, 조류인플루엔자나 계절성 바이러스의 변종이 계속 나타나고 강해지는 상황에서 해당 사항을 확인하고 준비하는 것으로 안심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또 가금류 접촉 자제와 손씻기를 포함한 위생수칙 준수, 백신 접종률 제고 등 예방과 방역활동, 바이러스 발생과 경로 확산 감시, 효력 높은 백신 개발 노력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신아일보] 문경림 기자 rg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