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경북 포항 일원에서 발생한 지진은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케 했다. 정부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이날 지진은 진도 5.4로 지난해 9월 경주지진 5.8 규모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강진이다. 하지만 진앙의 깊이가 낮아 멀리 떨어진 서울 일원에까지 땅의 흔들림이 느껴질 위력이었다.
피해 규모가 더 커졌고 공포를 느끼는 체감은 경주지진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1000여 채의 건물이 파손되고 1500여명의 이재민이 놀란 가슴으로 밤을 지새웠다. 건물이 파손되면서 떨러진 낙석 등으로 인한 차량피해가 잇달았고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점포와 상가에선 판매 상품들이 쏟아졌다.
1년여 만에 우리나라 동남부에서 잇달아 강진이 발생한 것이 예사롭지 않다.
특히 이번 지진은 양산단층을 비롯해 수십 개 활성단층이 있는 원전 밀집지역에서 지진이 일어났다는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포항 지진으로 인해 이 일대의 원전에 특이한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현재 국내 원전은 규모 6.5의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돼 있지만 전문가들은 한반도에 언제든지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지진에 대한 대비가 허술한 편이다. 공공시설물의 내진 설계 건축물 비율이 40%대에 머물러 있고, 민간 건축물은 고작 7% 정도 수준이다. 정부가 건축물을 새로 짓거나 고칠 때 내진 설계를 하면 재산세 등에 세제혜택을 주고 있지만 내진설계를 안착시키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유인책이다.
굳이 외국의 사례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지진이 발생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참사가 벌어진다. 결코 개인의 대비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재난이기에 국가적 대비책 마련이 절실하다.
우선 재난에 대비할 지진 총괄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 각종 시설물에 내진 보강을 서둘러야 한다. 더불어 지진 위험도 분석지도 제작과 대국민 지진 대비 요령 숙지와 지속적인 훈련 등 매뉴얼도 보강해야 한다.
앞으로 포항지진의 여진이 얼마나 크고 길게 이어질지는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여진 피해에 대한 주민 안전대책 등이 빨리 강구돼야 하는 이유다.
다행히 포항지진에도 불구하고 정부당국과 시민들은 신속하고 적절한 조치로 피해를 줄였다. 기상청은 지진 발생 19초 만에 경보를 발령하고 4초 뒤에는 긴급 재난문자가 발송됐다. 이런 신속함은 지난해 경주지진으로 허둥대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특히 다음날 대학수학능력평가를 긴급히 1주일 연기 하는 등의 조처는 정부부처 간의 긴말한 협의와 컨트롤 타워의 과감한 결정 체계가 가동됐다는 점을 증명했다.
하지만 아직 할 일이 태산이다. 정부 차원에서 포항 일대의 인명과 재산에 대한 피해를 철저히 조사하고 재난지역 선포 등으로 피해복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갑자기 연기된 수능시험도 차질 없이 잘 치러지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지진은 최악의 자연재해다. 사람의 힘으로 지진 발생을 막기는 힘들지만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철저히 대비할 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