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물러난 전병헌… 文정부 '적폐청산' 제동걸리나
결국 물러난 전병헌… 文정부 '적폐청산' 제동걸리나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7.11.1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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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께 누 될 수 없어 사의"… 靑수석급 두 번째 낙마
인사시스템 논란 불거질 수도… 檢, 이르면 내주 초 소환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16일 춘추관에서 사의표명 기자회견을 한뒤 춘추관을 빠져나가고 있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16일 춘추관에서 사의표명 기자회견을 한뒤 춘추관을 빠져나가고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 자금 유용 의혹과 관련, 검찰의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는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16일 사의를 표명했다.

새 정부 들어 두 번째 수석비서관급의 사의로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전 수석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께 사의표명을 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14일 임명된 뒤 6개월여 만이다.

전 수석은 "길지 않은 시간 동안이지만 정무수석으로서 최선의 노력으로 대통령을 보좌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누를 끼쳤다"며 "너무나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염원으로 너무나 어렵게 세워진 정부, 그저 한결같이 국민만 보고 가시는 대통령께 제가 누가 될 수 없어 정무수석의 직을 내려놓는다"며 "국민께서 문재인 정부를 끝까지 지켜주실 것을 믿는다"고 전했다.

의혹에 대해서는 "제 과거 비서들의 일탈행위에 대해 다시 한 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저는 지금까지 사회에 만연했던 게임산업에 대한 부당한 오해와 편견을 불식시키고 e스포츠를 지원·육성하는 데 사심없는 노력을 해왔다"며 "그 어떤 불법행위에도 관여한 바가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언제든 검찰에 나가 소명을 하겠다"며 "언론도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확인되지 않은 보도에는 신중을 기해달라. 하루빨리 진실이 규명되어 불필요한 논란과 억측이 해소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16일 춘추관 기자회견을 통해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16일 춘추관 기자회견을 통해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이날 침통한 표정으로 브리핑실에 모습을 드러낸 전 수석은 마이크 앞에서 수초간 입을 열지 못하다 준비해온 회견문을 1분30초 만에 읽은 뒤 서둘러 춘추관을 빠져나갔다.

최근 의혹 관련 언론보도에 불만을 표해왔던 전 수석은 이날 취재진의 질문도 일체 받지 않았다.

새 정부 들어서 현직 청와대 수석비서관급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김기정 국가안보실 2차장에 이어 두 번째다.

전 수석은 전날까지만 해도 "사실규명 없이 사퇴부터 해야하는 풍토가 옳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며 사퇴를 일축하는 듯 했지만 결국 현직을 내려놓고 검찰 조사에 임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혐의 유무와 별개로 현직을 유지한 채 조사를 받으면 정권에 부담이 될 수 있고 국민 여론도 악화될 수 있음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가 사건이 불거진 초기엔 문재인 정부에 들어오기 전 벌어진 일이라며 선을 그어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알아서 할 일이라는 입장으로 돌아선 것도 부담이 됐을 것으로 에상된다.

문재인정부가 적폐청산에 강력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전 수석의 사퇴로 청와대도 부담을 안게 됐다.

전 수석이 자진 사퇴하면서 부담이 줄긴 했지만 검찰 조사에서 혐의가 입증될 경우 청와대의 인사 시스템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한편 검찰은 전 수석을 이르면 내주 초반 소환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현 정부 들어 여권 고위 인사가 부패 혐의로 소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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