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 후분양제 추진에 따른 몇 가지 제언
[기고칼럼] 후분양제 추진에 따른 몇 가지 제언
  • 신아일보
  • 승인 2017.11.1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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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국토교통부는 국정감사에서 공공부문 주택의 후분양제를 단계적 도입하고, 이를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민간부문에도 확대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LH에서도 구체적 시범실시 방안을 자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일회성 언급에 그치지는 않을 듯 싶다. 국회에서는 의원입법으로 적극 추진되고 있다. 1977년 도입된 선분양제는 그동안 주택이 부족했던 시절 공급 확대와 보급률 제고에 큰 기여를 한 바 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점차 소비자들의 깐깐한 눈높이와 하자로 인한 불만, 그리고 실질적인 선택권 보장 등이 강조되면서, 후분양제로의 전환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고 있는 것이다. 

현행 주택법에 따르면, 국내 주택분양은 후분양제가 원칙이며 조건부로 선분양제가 인정되는 셈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건설사는 분양을 받은 소비자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을 미리 받아 필요한 건설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므로 선분양제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분양제 전환 필요성을 굳이 들자면 분양권 투기 및 불법 전매 방지 등을 통한 부동산시장 안정, 하자방지 및 감소를 통한 주택품질 제고, 소비자의 주택구입시 실질적인 선택권 보장 등이 가장 대표적일 것이다. 시장안정 기대는 너무 멀리 나간 느낌을 주고, 주택품질 제고와 실질적 선택권 보장 정도는 다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로 인해 떠안아야 할 부담도 적지 않을 것이다.  

먼저 주택 소비자의 입장에서 살펴보자. 후분양을 하게 되면, 금융이자, 공사비 물가상승 등을 반영하여 현재의 선분양보다 분양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현재는 이러한 비용이 사실상 입주시 분양을 받은 소비자의 수익이 되고 있다. 또한 후분양에서는 중도금 분할 납부도 일시불로 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그 부담도 녹록지 않을 것이다. 과연 준공시점에서 제대로 된 하자 및 품질 확인이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지 의문이다. 물리적·기술적 제약으로 육안 점검은 마감재 부분이나 조경 정도 확인에 그칠 공산이 크다. 

건설사들도 나름 불만과 불안이 커지게 된다. 주택시장을 압박하는 각종 규제대책들이 쏟아져 향후 전망마저 불투명한 지금, 후분양제 전환은 자금 동원력이 약한 중견·중소 건설사에게 치명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건설금융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현실에서 브랜드 파워나 자금력, 신용도가 높은 대형 업체만이 적자 생존하는 기업규모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우려가 크다. 문재인 정부의 중소기업 보호라는 정책목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후분양 실시에 따른 건설업계의 추가조달 자금규모도 천문학적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사업성 추락과 자금난으로 이어져 주택공급을 더욱 위축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집값 불안은 불문가지다.

선분양제나 후분양제 어느 것도 일방적으로 우월한 분양방식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주택 수급상황이나 대출제도, 주택품질 확보를 위한 제도적 환경 수준 등 다양한 요소들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굳이 후분양제를 시행하고자 한다면 일괄 시행보다는 단계별 도입이 바람직하다. 건설사의 자생력을 높일 수 있는 PF개발금융 다양화 등 금융시스템 마련 등을 통한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분양대출 상품을 다양화해 능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도 예상될 수 있는 부담을 줄여주는 준비도 당연히 필요하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