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다. 올해도 수은주가 영하 9도까지 내려가는 등 ‘수능한파’가 기승을 부렸다. 그동안 쌓은 실력을 단 하루의 시험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수험생들에겐 유독 매서운 찬바람이었다.
대학입시 문제는 사실 오랜 골칫거리이자 꼭 풀어야 할 과제다. 그 본질에는 우리 사회에 팽배한 ‘학벌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100년 대계’여야 할 교육이 몇 년 주기로 혹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곤욕을 치르면서 만신창이가 돼버렸다. 진부하게 ‘교육의 요람’이나 ‘지식의 상아탑’을 논하자는 게 아니다. 현재의 대학교육이 취업학원 이상도 이하도 아닌 현실에 대한 아쉬움이다.
대학의 인기학과는 시대별로 달라졌다. 사회의 세분화가 탓이기도 하지만 보다 뚜렷한 특징은 ‘취업이 잘 되는’ 학과인가 아닌가의 구분이다. 미래를 내다보고 비전 있는 학과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당장 졸업 후 취업이 용이한지 아닌지를 따지게 된 것이다.
대학은 이제 취업학원으로 전락했다. 취업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높은 스펙을 쌓기 위한 정거장으로 용도변경 된 것이다. 취업을 위해 졸업을 미루고 해외연수를 택하거나 휴학을 하고 공무원시험이나 입사시험 준비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도 취업이 어려울 땐 학생신분을 이어가기 위해 대학원 진학을 하는 청년들도 많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0월 청년실업률이 8.6%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올라갔다. 청년 체감실업률인 고용보조지표 3은 21.7%로, 1년 전보다 0.6%포인트 상승했다. 청년실업률은 10월 기준으로 1999년 이후 18년 만에 가장 높았고, 체감실업률 역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청년층 취업자 수도 올해 6월 3만4000명으로 감소로 전환한 뒤, 이달 5만2000명까지 5개월 연속 전년 동기대비로 줄었다.
최근 경제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잦았다. 수출이 호전되면서 하반기 들어 경제성장률도 개선돼 올해 3%대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경제 3분기 성장률이 7년여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달 3.0%로 올린 데 이어 한 달 만에 3.2%로 또 높였다.
그러나 정작 가계소득과 직결되는 고용사정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고용효과가 낮은 반도체 등 수출 주도업종이 경기를 이끄는 반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에 따른 관광객 수 감소 등으로 숙박업, 음식업 등 서비스업 부진 여파가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처럼 불안한 고용에 대해 전문가들은 고용은 통상 경기에 후행하는 지표기 때문에 경기 개선이 아직 고용시장 훈풍으로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인구 증가세 둔화로 고용시장에 뛰어드는 인원 자체가 줄어드니 고용률은 올라가더라도 취업자 증가폭은 축소되는 구조적 요인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일자리 정책 효과가 조속히 가시화하도록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청년 등 취약계층 맞춤형 지원 노력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정ㅂ주의 노력이 어디에 반영됐는지 찾을 수 없다. 최근 금감원 등 채용비리의 현장을 보면서 청년층에 허탈감만 안겨준 꼴이 됐다.
‘청년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말처럼 청년들이 땀 흘려 일하는 행복을 알게 하는 것, 그런 일자리를 만드는 게 현 정부의 최대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