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독립영화제2017' 프로그램위원회 추천작 발표
'서울독립영화제2017' 프로그램위원회 추천작 발표
  • 이서준 기자
  • 승인 2017.11.1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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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추천작 10편 소개

‘서울독립영화제2017’이 오는 20일 온라인 예매 오픈을 앞두고 프로그램위원회에서 추천한 18개 작품을 지난 14일 공개했다.

올해 서울독립영화제는 본선경쟁 부문 38편, 새로운선택 부문 26편, 특별초청 부문 30편, 특별기획 8편 그리고 해외초청 8편까지 더해 한 해를 결산하는 화제작과 새로운 작품 총 111편을 선보인다.

특히 5개관 규모의 상영관에 다채로운 섹션을 구성해 서울독립영화제를 기다리는 관객들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독립영화제2017' 프로그램위원회에서는 작품 선택에 대한 관객들의 고민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김동현 집행위원장과 각각 장, 단편예심위원을 맡은 남다은, 허남웅 영화평론가가 추천한 작품 리스트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추천작 리스트에는 탄탄한 서사의 장편 극영화, 다큐멘터리부터 독창적인 시선으로 사로잡는 단편 작품과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작품이 소개됐다. 이 중 서울독립영화제의 ‘인디트라이앵글’프로젝트 작품 등 총 10편의 장편 영화를 소개한다.

올해로 43회째를 맞이하는 '서울독립영화제2017'은 11월 30일~12월 8일, 9일간 열리며 CGV아트하우스 압구정,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페이스, 시네마테크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장르의 독립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

‘너와 극장에서’ 

유지영, 정가영, 김태진 감독(개막작), 월드 프리미어 개봉

영화 '너와 극장에서' 스틸컷.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영화 '너와 극장에서' 스틸컷.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가 2009년 시작한 지원사업인 인디트라이앵글은 젊은 신진 작가를 발굴해 참신한 작품을 제작하고, 배급 지원을 통해 극장 개봉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2017년은 ‘극장’이라는 제시어 아래 세 편의 작품이 완성되었다. 유지영 감독의 ‘극장쪽으로’는 지방 도시에서 파견직 근무를 하는 인물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기대와 위로의 공간인 극장에 낯설게 투사한다. 정가영 감독의 ‘극장에서 한 생각’은 극장이라는 환영의 공간에 걸맞은 스펙터클을 간결한 구조로 힘있게 밀어붙인다. 김태진 감독의 ‘우리들의 낙원’은 예기치 못하는 해프닝이 좌충우돌하는 사랑스러운 소동극이다. 개성이 넘치는 작품과 더불어 독립영화가 사랑하는 배우의 얼굴을 반갑게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히치하이크’

정희재 감독(경쟁 장편1)

영화 '히치하이크'는 소녀의 상투적이지 않은 성장담을 그리고 있다.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영화 '히치하이크'는 소녀의 상투적이지 않은 성장담을 그리고 있다.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빠, 집을 나간 언니, 소식이 끊긴 엄마, 그리고 재개발을 앞둔 낡은 집. 열여섯 살 소녀에게 사라졌거나 곧 사라질 존재들이다. 소녀는 엄마를 찾기 위해 집을 나서고 친아빠를 찾으려는 소녀의 친구도 동행한다. 로드무비의 틀 안에서 목적지로 향하는 소녀의 여정은 자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꺾이고 갈라진다. 그때마다 소녀가 감행해야 하는 선택과 마음의 갈등이 이 영화를 상투적인 성장담에서 벗어나게 한다.

 

‘얼굴들’

이강현 감독(경쟁 장편2)

영화 '얼굴들'은 세계의 가능한 얼굴을 원하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다.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영화 '얼굴들'은 세계의 가능한 얼굴을 원하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다. (사진=서울독립영화제)

등장인물들을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누군가의 표정이 있고, 풍경이 있고, 시선이 있고, 공간이 있다. 이 세계는 그것들을 골똘히 응시함으로써 자신의 시간을 감각하고 싶어 한다. 다큐멘터리 같은 극영화 혹은 극영화 같은 다큐멘터리 어딘가에서 세계의 가능한 얼굴들을 포착하고 스스로도 세계의 가능한 얼굴이 되고 싶어 한다. 다큐멘터리 ‘보라’를 만든 이강현의 극영화 데뷔작이다.

 

‘카운터스’

이일하 감독(경쟁 장편4)

영화 '카운터스'는 혐오시위에 대항하는 재일조선인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영화 '카운터스'는 혐오시위에 대항하는 재일조선인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재일조선인을 겨냥한 혐오 시위에 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카운터스’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카운터스 안에서도 특히 격렬한 액션으로 극우단체와 맞붙는 남자들을 오토코구미라고 부른다. 다양한 직업군의 이들 중에는 전직 야쿠자도 있다. 영화는 공격적으로 거침없이 혐오 시위대와 충돌하는 이 남자들의 흥미롭고 독보적인 행보를 포착한다.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뿐만 아니라, 한 편의 다큐로써 그 현실을 돌파하는 통쾌하고 활기찬 영화다.

 

‘로타리’

우윤식 감독(새로운 선택4)

영화 '로타리'는 신예인 우윤식 감독의 첫 작품이다.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영화 '로타리'는 신예인 우윤식 감독의 첫 작품이다. (사진=서울독립영화제)

부산 영도를 배경으로 한 복수와 화해에 대한 드라마다. 10년 전 살인을 저지른 전과자 일영이 마을로 돌아온다. 마을 사람은 그를 경계하지만, 아들을 잃고 홀로 살아가는 화연만은 측은지심으로 그를 품는다. 바다에서 물질을 하고 살아가는 화연, 말없이 마을을 청소하며 배회하는 일영. 영화는 그들이 같은 복수의 대상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일러주며 극적인 상황으로 나아간다. 지역색이 묻어나는 미장센, 롱숏이 인상적인 절제된 카메라. 전반적으로 투박하지만, 신예 감독의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국경의 왕’

임정환 감독(새로운 선택6), 월드 프리미어 개봉

영화 '국경의 왕'은 동유럽의 도시를 여행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영화 '국경의 왕'은 동유럽의 도시를 여행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영화를 공부하는 유진과 동철이 동유럽의 도시를 여행한다. 각자의 여행길에서 그들은 낯선 풍경을 접하고 새로운 혹은 익숙한 친구들을 만난다.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사건이 흘러가 미스터리한 상황을 맞기도 하는데, 일부는 유진과 동철이 구상하는 시나리오 속 이야기인 것 같다. 곤혹스러움은 이 모든 것이 묘하게 뒤엉켜 있다는 것이다. 같은 인물, 비슷한 대사가 반복되고, 시간과 공간 그리고 시점이 혼재되어 있다. ‘국경의 왕’과 ‘국경의 왕을 찾아서’ 챕터의 나눠짐도 분명치 않다. 영화 전체가 모호함이라는 무드 속에 놓여 있다. 인물 간의 대화를 따라가면 진짜와 가짜, 의심과 신뢰 사이에 긴장이 느껴진다. 먼 땅에서 지인들과 여행하듯 만든 영화의 특수성은, 영화를 만드는 순간의 현실이 모여 영화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황제’

민병훈, 이상훈 감독(초청 장편1)

영화 '황제'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직접 참여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영화 '황제'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직접 참여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아티스트 시리즈 프로젝트 연작을 선보이고 있는 민병훈 감독의 네 번째 신작.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협업한 작품으로, 김선욱이 직접 출연, 상처받은 영혼에게 구원의 음악을 선사한다. 인간의 본질적 내면을 탐구하고 세속과 종교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상은 이번 작품에도 이어진다. 소설가, 전직 피아니스트, 의사인 세 인물은 현재의 삶에서 좌절하고 자살을 결심한다. 액자구조로 소설가의 희곡 속에 등장하는 두 남녀는 이들이 처한 부조리 현실을 보다 직설적으로 암시한다. 영화는 서울과 유럽의 도시와 자연을 배경으로 현대 사회가 직면한 인간의 고통을 처연하게 담아낸다. 카메라의 풍경은 장대하고, 김선욱의 음악은 영혼을 울린다. 절망 앞에서 생의 의지로 나아가는 예술의 힘이 느껴진다.

 

‘굿바이 마이 러브, NK’

김소영 감독(초청 장편2)

영화 '굿바이 마이 러브, NK'는 모스크바 영화학교의 북한 유학생들이 망명이후 남긴 흔적들을 쫓는다.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영화 '굿바이 마이 러브, NK'는 모스크바 영화학교의 북한 유학생들이 망명이후 남긴 흔적들을 쫓는다. (사진=서울독립영화제)

1958년, 모스크바 영화학교에서 유학하던 북한의 청년들은 김일성 체제를 비판한 후 고향을 떠나 망명한다. 영화는 유라시아 등지에서 힘겨운 망명 생활을 버티며 예술가로 살아남은 이들의 기억을 쫓는다. 모스크바에서 카자흐스탄에 이르는 풍경과 이방인으로서 이들이 꾸려온 중층적인 삶의 궤적, 그리고 그곳에 새겨진 한국영화사의 흔적까지 예술과 정치와 역사가 첨예하게 만난다. 유라시아의 고려인 삼부작 중, ‘눈의 마음: 슬픔이 우리를 데려가는 곳’과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에 이어지는 영화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이광국 감독(초청 장편 4)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은 알콜홀릭 작가로 변신한 고현정의 연기가 눈에 띈다.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은 알콜홀릭 작가로 변신한 고현정의 연기가 눈에 띈다.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애인에게 버림받고 대리기사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남자, 한때 그의 꿈은 작가였다. 그 시절 남자와 연애를 했고 지금은 작가로 화려하게 데뷔한 여자, 지금 그녀는 글을 쓰지 못한 채, 술만 마신다. 둘의 우연한 재회, 하지만 더 외롭고 처량해지는 그들의 현실이 여기 있다. 감독이 전작들에서 보여준 여려 겹의 이야기 구조가 이 영화에서는 군더더기 없이 단순하고 명징하게 펼쳐진다. 대신 배우들의 존재가 그 세계를 믿음직하게 떠받치는데, 알콜홀릭 작가로 분한 고현정의 힘이 튼튼한 중심이 된다.

 

‘소은이의 무릎’

최헌규 감독(초청 장편 5), 월드 프리미어 개봉

영화 '소은이의 무릎'은 프로 농구선수를 꿈꾸는 소녀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영화 '소은이의 무릎'은 프로 농구선수를 꿈꾸는 소녀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지방 소도시에서 프로 농구선수를 꿈꾸는 소은이의 성장드라마. 모자란 실력에 주변의 지지조차 없는 상황에서 소녀는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간다. 이 작품은 언뜻 보면 가족, 친구, 학교를 배경으로 한 평범한 성장드라마의 외피에 놓여있다. 하지만 분명한 장점을 갖고 있다. 통상적으로 기존 독립영화에서 청소년 특히 여고생 캐릭터는 고통받는 대상 혹은 주체인 경우가 허다하다. 이점에서 소은의 캐릭터는 남다르다. 소은이는 스포츠에 도전하는 여고생으로서 자신의 꿈을 주체적으로 설정한다. 탁 트인 시골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캐릭터의 생기를 부여한다.

[신아일보] 이서준 기자 ls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