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북 부안과 고창 인근 바다에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어민들은 생존권 박탈을 우려하여 해상풍력단지 조성사업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법조차 논의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어민들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해법을 찾고자 한다.
독일에서 만난 신재생에너지 전문가는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하느냐?’라는 거듭된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네덜란드에서 만난 시민단체, 재단, 협회, 에너지기업, 은행, 정부 관계자들 대답은 한결 같았다. 그들은 발전소·송전선로 계획을 추진하는데 저항하면 ‘공권력을 투입한다’는 우리나라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의 답변을 요약하면 대화, 토론, 설득이다. 국책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우리나라 현실과 민주주의가 앞선 나라를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을 수도 있지만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생길 갈등을 푸는 해답은 간단하고 명확했다.
하물며 물고기나 새들의 서식환경까지 따지는 제도가 뒷받침돼 있다는 답변에서는 말문이 막혔다. 독일과 네덜란드 에너지 전문가들은 에너지 민주주의를 위한 전제조건인 ‘대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어업인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본 사업을 찬성하는 육지의 농민을 중심으로 구성된 ‘피해대책위원회’ 만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했다. 농업인은 시설이 설치되는 바다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직접 피해 당사자인 어민들로 구성된 ‘서남해 해상풍력 비상대책위원회’의 의견이 진정한 어업인의 의견이다.
사업대상 해역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에너지 개발사업에 대해서는 100메가와트 이상인 시설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사업의 첫 단계인 실증단계는 80메가와트급이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를 받는 대상이 아니라고 사업자는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단계를 시기별로 나누었을 뿐이므로 하나의 사업으로 보는 것이 당연하다.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으려는 꼼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업인들이 칠산 앞바다의 해상풍력발전사업을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조업구역 축소로 어업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둘째, 람사 습지로 지정될 만큼 가치가 높은 고창 갯벌이 훼손되어 바다 생태계가 파괴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편법으로 진행되는 사업추진에 어업인들이 분노하고 있다.
칠산 앞바다는 어업인에게 단순한 바다가 아니다. 예로부터 이어져 온 우리 어업인의 삶의 터전이다. 만선의 풍요를 상징하는 황금어장이다. 서해의 풍부한 조기 자원으로 어업인에게 만선의 풍요로움을 제공해 왔다.
세종실록에 등장하는 바다 위에서 열리는 생선시장인 ‘파시’가 바로 여기 칠산 앞바다에서 시작했다. 칠산 앞바다는 ‘칠산바다의 전설’이라는 설화의 무대이다. 원래 7개의 산과 골이 있던 육지였는데, 천둥번개의 엄청난 비로 바다가 된 이야기다. ‘파시풍’과 더불어 국민의 가슴 속에 스며들어 있는 문화의 자리다.
신재생 에너지의 생산이라는 전력정책에는 누구나 동의한다. 그러나 정확한 사전영향평가, 어업인의 의견수렴과 정당한 보상, 모니터링을 통한 어업영향의 정밀한 분석 등이 필요한 숙제로 남아 있다. 어업인의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해상푹력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러한 숙제가 제대로 풀려 어업인과 상생하는 해상풍력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