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 동남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이 한중관계 정상화, 동남아 국가들과 관계증진 등의 성과를 가지고 귀국하지만 여전히 풀어야할 국내 문제가 한가득인 상황이다.
가장 큰 과제는 적폐청산이다.
정부는 출범이후 지금까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불거진 수많은 부정부패는 물론 ‘갑질’로 대표되는 사회경제적 적폐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적폐청산을 ‘정치 보복’이라고 규정하고 보수결집의 필요성을 외치면서 옛 친이계가 보수통합을 명분으로 결집하고 있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이 적폐청산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다시금 밝힐지가 관심사다.
청와대 참모들을 둘러싼 검찰의 수사도 문 대통령에게는 큰 부담이다.
검찰이 전 수석의 전 보좌진을 제3자 뇌물수수와 횡령 혐의로 구속한 데서 그치지 않고 전 수석에게까지 수사를 확대할 경우 청와대의 정치적 부담이 대단히 커진다. 대통령의 측근으로 그동안 야당의 사퇴공세에 시달리던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이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고발된 것도 악재다.
적폐청산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서울고검 검사가 투신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검찰 내부의 저항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정권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해당 인물 스스로가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청와대가 멈칫거리는 와중에 혐의가 입증될 경우 개혁추진 동력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인사문제도 난항의 연속이다.
13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무산되면서 청와대의 고민은 한층 깊어졌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명은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의 ‘마지막 퍼즐’인데다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보호라는 막중한 책무를 띤 자리였기 때문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쪼개기 증여’ 논란 등 야당의 반대로 인해 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다.
장관이 없어 수개월째 정상적인 운영이 안되는 중소벤처기업부 때문에 중소기업 정책이 표류 상태임을 고려해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 전반에 대한 의문의 눈초리가 커지고 있어 정치적 부담이 초기와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이렇게 보면 그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다.
각종 국내현안이 얽히고설키면서 전국의 위기를 한방에 타개할 묘수가 보이질 않는다. 하지만 난전을 타개하고 상대방의 말을 잡을 수도 있으며, 다 죽었던 내 말을 살리기도 하는 묘수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얼마전 열린 ‘2017 대한민국 바둑대축제’ 축하영상메시지에서 “바둑을 통해 크게 보고 멀리 내다보고 전체를 봐야 한다는 것, 세력과 실리가 조화돼야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 꼼수가 정수를 이길 수 없다는 이치를 깨달았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인들만의 감각이 담긴 묘수보다는 담백한 정수로 뚜벅뚜벅 미래를 향해 걸어가는 대통령의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