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은 고영태가 기획한 것, 나도 당한 사람"
최순실 "국정농단은 고영태가 기획한 것, 나도 당한 사람"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7.11.1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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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태 재판서 변호인과 공방… "공소사실만 얘기하라"
"딸 부분 묻지 말라… 건강 안 좋으니 한 번에 물어라"
인천본부세관장 인사에 개입해 뒷돈을 받았다는 이른바 '매관매직' 혐의로 기소된 고영태 씨(왼쪽)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최순실 씨가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인천본부세관장 인사에 개입해 뒷돈을 받았다는 이른바 '매관매직' 혐의로 기소된 고영태 씨(왼쪽)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최순실 씨가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고영태씨의 변호인과 법정에서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이날 법정에서 최씨는 인천본부세관장 인사 개입 의혹은 물론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책임을 고씨에게 떠넘겼다.

최씨는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의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고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다. 고씨와 최씨가 법정에서 마주한 건 지난 2월 6일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재판에서 최씨는 고씨의 변호인에게 초반부터 적대적인 반응을 보였다.

먼저 고씨의 변호인은 최씨에게 "김모씨(인천본부세관장) 말고 누구를 추천했느냐"고 물었으나, 최씨는 "그런 건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을 잘랐다.

이에 변호인은 "증언을 거부하는 것이냐"고 물었고, 최씨는 "저는 공소사실에 관해서만 얘기하려고 나왔다. 의혹 제기를 하지 말라"고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최씨는 고씨가 해당 인사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했다는 사실을 검찰 조사 도중 알았으며, 자신은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았다는 주장도 펼쳤다.

최씨는 “고씨가 2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은 것에 대해 조사과정에서 알았다”며 “금품을 수수했다는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씨는 “당시 경제적 여유가 많아 200만원을 받을 군번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고씨 변호인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와 관련한 질문을 하자 "또 시작이시네. 이런 거 관련해서는 증언하기 싫다. 딸 부분은 묻지 말라"고 질타했다.

또 고씨 변호인이 국정농단과 관련해 최씨가 지난해 9월 독일에 있으면서 류상영 전 더블루K 부장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들을 제시하며 질문하자 "국정농단이라고 표현하지 말라"면서 "국정농단 기획은 고씨와 측근들이 한 것이다. 저도 완전히 당한 사람"이라고 질타했다.

최씨는 변호인이 비슷한 취지의 질문을 계속 던지자 "건강이 좋지 않으니 한 번에 물어보라"고 짜증을 내기도 했다.

아울러 최씨는 이날 공소사실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는 증언을 거부하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