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에서 만취해 교통사고 사망… 법원 "산재 인정"
회식에서 만취해 교통사고 사망… 법원 "산재 인정"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7.11.1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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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에서 과음해 도로변에 누웠다가 차에 깔려 사망한 직원은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이진만)는 회사원 A씨 유족이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한 회사에 팀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지난 2016년 1월13일 서울 구로동에서 전무, 부장, 차장, 대리 등 4명과 함께 회식을 했다.

회식에서 과음을 한 A씨는 동료와 함께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집으로 가다 당산역에서 하차한 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역 근처 도로변에 누워 있다 지나가던 차에 깔려 사망했다.

이에 A씨의 배우자 강씨는 "A씨의 죽음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니 유족에게 보상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산업재해보상법에 따라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요구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같은 해 6월 강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에 불복한 강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를 두고 재판부는 "A씨 회사의 대표이사는 조직 구조를 바꾸면서 직원들에게 인수인계 등을 당부하기 위해 회식 자리를 마련했고, 회식비 품의서를 결재했다"며 "회사의 전반적인 지배·관리 하에서 이뤄진 회식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는 회식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회식 분위기를 주도하는 과정에서 만취한 상태가 됐다"면서 "이후 A씨는 만취 상태에서 방향 감각을 잃고 헤매다 2호선과 5호선의 환승역인 충정로역 근처에서 사고를 당했다"고 지적했다.

또 "A씨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으로 볼 때, A씨가 당산역에서 내린 이후 사고 장소 인근의 폐쇄회로(CC)TV에 나타날 때까지 제3의 장소에서 시간을 보냈을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말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A씨의 죽음을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