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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계란을 나눠 담는 지혜
[기자수첩] 계란을 나눠 담는 지혜
  • 김동준 기자
  • 승인 2017.11.13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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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관계 개선이 가시화 되고 있다. 다행이다.

지난 3월 시작된 한한령(限韓令) 이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국내 유통가는 큰 피해를 입었다. 관광객이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면세점은 물론이고 백화점과 화장품 매장의 매출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중국 현지에 진출한 유통업체들의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야심차게 중국에 진출했던 롯데마트의 피해액이 올 연말까지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인지, 이마트의 중국 사업 철수를 그리 큰 사건으로 느끼지 않는 대중도 다수다. 

이처럼 큰 고난을 겪어서인지 ‘중국 바라기’를 자처하던 유통업계가 냉정함을 되찾았다. 

사방에서 ‘해빙’, ‘정상화’ 등이 언급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현장을 면밀히 점검한다. 상황을 좀 더 관망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중국이라는 단일 시장이 아닌 다양한 국가로의 시장 다변화가 절실하다는 뜻을 내포한 ‘포스트 차이나’를 강조하고 있다.
  
사실 중국 시장이 큰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중국에 대한 맹목적인 희망가가 울려퍼지던 1990년대부터 있었다. 물론 당시에도 중국이라는 국가의 독특한 문화와 제도는 물론 공산당의 일당독재 체제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이 모든 위험요소보다 매력적인 것이 전세계 최대 인구를 바탕으로 한 시장규모와 성장전망이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한다는 것은 분명 도박과도 같은 선택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일지라도 중국의 시장규모와 성장세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변했다. 우리 유통기업들은 정치적 이슈로 인해 노골적인 경제보복이 가능한 국가가 있음을 실감했다. ‘거대한 시장’에 대한 탐욕스런 기대 대신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지 않고 분산해 보관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실속 있는 명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제 유통가에서도 베트남과 동남아 등 아세안의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진출 폭을 확대하고 있다. CU 등 일부 편의점 업체들은 중동 시장에도 진출하는 모양새다.

물론 여전히 “저 커다란 중국 시장을 놔두고 변두리로 다변화를 말한들 의미 있는 성공이 가능한가?”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국 시장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이다.

정치외교적 이슈는 돌발적이기에 예측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중국의 정치적 위험을 회피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시장 다변화로 맞서야 한다. 

더는 미룰 수 없다. 한중관계의 개선보다 유통업체들의 적극적 해외시장 개척 노력이 더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신아일보] 김동준 기자 blaams@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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