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인사태풍의 칼바람이 불고 있다. 금융권 전반에 노조 고발과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겹치면서 금융권 수장들의 거취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채용비리와 관련 책임을 지고 물러난 우리은행장의 후임 결정과 임기만료로 CEO교체가 예상되는 금융기관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어서 그 파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KB금융지주 윤종규 회장은 노조의 고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얼마 전만해도 사실상 연임을 확정짓고 한시름 돌린 분위기였지만 지난주 압수수색을 기점으로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도 이상화 전 본부장 특혜승진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이 본부장은 하나은행 독일 본부장 재직시절 최순실·정유라 모녀의 계좌개설 및 부동산 구매, 대출 등을 도왔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하나은행노조와 금융정의연대, 참여연대가 회장 등을 고발하면서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NH농협금융지주 김용환 회장은 금감원 채용비리와 얽히면서 눈총을 받고 있다. 김 회장은 2015년 10월 금감원 채용시험에 응시한 수출입은행 간부 아들을 필기시험에 합격시켜 달라는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다. 지난 4월 1년 임기로 연임에 성공한 김 회장이지만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거취가 달라질 수도 있다.
금융당국의 금융권 채용점검도 뇌관이다. 금융당국은 이달 말까지 7개 금융기관의 과거 5년간 채용업무 전반을 점검한다. 이어 연말까지 5개 금융관련 공직 유관단체를 조사한다. 여기에 14개 국내 시중은행이 이달 말까지 채용시스템 전반을 자체점검토록 했다.
만일 이번 점검에서 비위나 부정이 발견된다면 그 후폭풍은 예상할 수 없을 만큼 커질 수도 있다.
비리와 부정청탁에 연루된 금융권 수장이라면 당연히 묻거나 낙마하는 게 옳다. 문제는 그 바통을 이어야 할 새로운 수장들이다. 하지만 최근 손해보험협회는 차기협회장 인선을 마쳤다. 은행연합회장은 별도의 회장추천위원회를 꾸리지 않고 이사회에서 이달 중순부터 세 차례 회의를 열어 후보자를 선정해 총회에 부의할 계획이다. 현 회장 임기가 12월8일 만료되는 생명보험협회는 아직 회추위 구성을 위한 이사회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은행연합회장과 생명보험연합회장에 거론되는 인사들은 과거 금융권에서 힘을 자랑하던 ‘올드보이’들이다. 과거의 화려한 명성이나 경륜이 힘이 될 수도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격변하는 금융 시장에서 올바른 대처능력을 보여줄지는 의문이다.
주택금융공사가 17일까지 차기사장 후보를 공개 모집하고, 우리은행은 임원추천위원회를 열고 행장 선임절차에 들어간다.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농협은행장도 선임절차에 들어간다.
한국이 금융후진국이라고 평가절하 되는 이유에는 정권마다 금융기관 인사에 관여하는 것도 큰 원인이다. 정권 창출에 도움을 준 인사들에 대한 논공행사가 공공기관 보은인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백번 양보해서 공공기관은 정책 일관성을 위해 수장교체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민간 금융기관에서 좋은 성과를 내 적법하게 선임되거나 연임된 CEO가 교체를 걱정하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특별한 비위나 불법이 아닐 경우 공공이든 민간이든 금융권 수장의 임기를 위협해서는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