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APEC 갈라 만찬서 DMZ 방문 무산 아쉬움 거듭 토로
트럼프, APEC 갈라 만찬서 DMZ 방문 무산 아쉬움 거듭 토로
  • 이서준 기자
  • 승인 2017.11.11 19: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와대, 한·미 정상 DMZ 방문 무산 상황 시간대별 공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함께 걸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함께 걸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무장지대(DMZ) 방문 무산에 대해 아쉬움을 거듭 토로했다.

11일 청와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갈라 만찬에 참여한 여러 대통령들 앞에서 DMZ를 꼭 가보고 싶었는데 못 가봐서 아쉽다고 언급했다. 이 자리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해 함께 얘기를 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당시 DMZ 방문은 계획에는 없었다. 하지만 전날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단독 정상회담에서 즉석에서 결정돼 비밀리에 진행됐다.

지난 7일 단독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판문점 방문 계획여부를 물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거꾸로 조언을 구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직접 DMZ에 가서 상황을 보는 게 좋겠다”고 조언하면서 방문한다면 동행하겠다고 제안해 한·미 정상의 DMZ 방문이 갑작스레 결정됐다.

문 대통령을 태운 전용헬기는 이튿날인 8일 오전 7시1분에 청와대 경내 헬기장에서 도착해, 안개가 점점 짙어지는 점을 감안해 헬기 안에서 경호차량이 도착할 때까지 30분을 기다렸고 7시45분께 차량을 이용해 이동을 시작했다

같은 시각 미국 측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헬기가 용산기지에서 막 이륙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그러나 7시55분께 안개가 더욱 짙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헬기 일산 상공에서 회항한다는 보고를 받았고, 결국 방문이 취소됐다.

문 대통령은 차를 멈추고 현장에서 긴급 대책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정경두 합참의장, 임종석 비서실장, 박수현 대변인과 논의 끝에 트럼프 대통령의 헬기가 DMZ에 도착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그대로 청와대로 복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5분 여간의 짧은 회의 동안에 문 대통령 단독으로라도 DMZ 방문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과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했으나, 문 대통령은 방한 중인 국빈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판단 기수를 돌렸다.

다만 문 대통령은 일단 미국 측으로부터 연락이 올 때까지 차량으로의 이동을 재개하면서 8시16분께 공동경비구역(JSA) 내 감시초소(OP) '올렛'에 도착해 상황을 점검하고 근무 중인 장병을 격려했다.

미국 측은 당시 10분 간격으로 3~4차례에 걸쳐 트럼프 대통령이 숙소로 복귀하지 않고 용산기지에서 대기한 채로 기상상황이 풀리기를 기다릴 것이라는 내용의 연락을 취해왔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기상 상황으로 호텔로 복귀하자는 참모들의 건의에도 "10분 만 더 기다리자"며 DMZ 방문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기상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9시5분께 트럼프 대통령의 이후 일정에 대한 차질이 예상되자 미국 측은 DMZ 방문의 최종 불가입장을 알려왔고, 문 대통령도 청와대 복귀를 결정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긴박했던 상황, 안개를 뚫어야 하는 긴장감, 차량을 제 시간에 도착시켜야 한다는 강박감,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의지에 대한 감사, 끝내 도착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허탈감 등이 교차했었다"고 설명했다.

[신아일보] 이서준 기자 ls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