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추궁'으로 시작해 '정책 질의'로 끝난 홍종학 청문회
'의혹 추궁'으로 시작해 '정책 질의'로 끝난 홍종학 청문회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7.11.10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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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내로남불, 자진 사퇴해야" vs 與 "적법절차, 장관 적임자"
몸 낮춘 홍 후보자 "부족하지만 조금이라도 보탬 되고 싶어 "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0일 오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0일 오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10일 국회에서 치러진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예상했던 대로 야당 의원들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공격이 쏟아졌다.

자료제출 요구 발언이 이어지면서 오전 10시에 시작한 청문회는 10시 40분에야 첫 질의를 시작할 수 있었고, 여야 의원들은 홍 후보자 가족의 편법 증여 등 재산 관련 의혹과 부의 대물림 폐해 등을 놓고 치열하게 공방을 벌였다.

그러나 홍 후보자가 자세를 적극적으로 낮추고 의혹 다수가 해명되면서 오후 질의에서는 여야 공방보다는 정책 검증을 위한 질의가 이어졌다.

먼저 홍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지난 4년간의 의정활동에서 경제민주화·중소기업 보호·조세정의 확립이라는 세 범주에서 입법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그러나 홍 후보자의 발언에 이어 시작된 청문회에서는 곧바로 후보자의 부실한 자료제출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은 홍 후보자의 배우자와 딸 사이의 거래내역 자료를 요청하며 "이낙연 총리와 유남석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도 (통장) 거래내역을 제출했다"고 강조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에 "개인정보 관련 자료는 해당 당사자의 동의가 없으면 제출이 불가능한 것이 있다"며 "다만 19대 국회에서도 본인 동의하에 특정 장소에서 열람한 적이 있는 만큼 간사간 협의로 열람하는 방안을 찾자"고 제안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 과정에서 과거 홍 후보자가 19대 의원 시절 청문회 후보자에게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영상을 틀어 여야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최연혜 의원이 10일 오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최연혜 의원이 10일 오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이어진 청문회에서는 홍 후보자의 논문표절·재산문제 등의 의혹과 언행 불일치 태도가 집중 질타를 받았다.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부의 세습을 비판하면서도 쪼개기 증여로 부의 세습을 했고, 특목고 반대를 외치면서도 딸은 우리나라에서 학비가 제일 비싼 학교 중 하나인 국제중에 갔다"며 "홍 후보자의 말과 행동이 너무 다르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특히 "앞서 박성진 장관 후보자의 경우 뉴라이트 사관이 문제 돼 자진해서 사퇴했는데, 장관 자질을 볼 때 박 후보자보다 홍 후보자가 훨씬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며 "자진사퇴할 용의가 없냐"고 따져 물었다.

홍 후보자는 그러나 "청문회에서 열심히 해명해 신임을 얻도록 하겠다"며 사퇴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국민의당 손금주 의원은 "수십억 자산가가 전세를 얻기 위해 돈을 빌렸다는 점 같은 것이 납득이 안 되는 것"이라며 "어장홍, 어차피 장관은 홍종학이다 하는 자신감이냐"고 지적했다.

바른정당 정운천 의원도 "FTA 사태 당시 저도 국민 정서법에 따라 물러났던 것"이라며 "딸과 엄마가 차용증을 쓴다는 것 자체가 정서상 맞지 않으니 증여를 해주고 채무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박정 민주당 의원은 "사생활 부분에 대한 망신주기에서 벗어나 장관의 자질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며 "정책 검증을 통해 중기부를 잘 이끌어갈 적임자인지에 비중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권칠승 의원도 "처음부터 여러 사람에게 증여할 생각이 있었던 것이라면 '쪼개기 증여'라는 것은 과도한 공세"라고 옹호했다.

홍 후보자 스스로도 "증여세를 법적으로, 최대한 범위로 납부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장모가 회계법인에 의뢰해 조언받은 방식"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홍 후보자는 부의 대물림에 대한 소신은 굽히지 않았다. '지금도 부의 대물림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느냐'는 이훈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그는 "과도하게 대물림이 될 때 건전한 시장경제를 저해하게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아권의 계속된 공격에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인신공격 자제를 호소하며 방어에 나서기도 했다.

김경수 의원은 "우리가 도덕 군자를 장관으로 뽑자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도덕성과 업무·정책 능력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이채익(오른쪽)·최연혜(가운데) 의원이 10일 오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실에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제출한 부인과 딸의 금전 거래 관련 자료를 열람하며 중소벤처기업부 운영지원과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자유한국당 이채익(오른쪽)·최연혜(가운데) 의원이 10일 오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실에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제출한 부인과 딸의 금전 거래 관련 자료를 열람하며 중소벤처기업부 운영지원과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오후 2시부터 재개된 청문회는 일부 야당 의원이 의혹 추궁을 이어갔지만 오전 청문회 보다 '힘'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청문회 전부터 홍 후보자의 자료 제출 미흡을 두고 예상됐던 여야 공방은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열람하면서 사실상 마무리 됐고, 여당 의원 절반 이상은 청문회장으로 입장하지 않은데다 오전 청문회에서 나온 질문을 반복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에 여야 의원들은 본격적인 정책 검증을 시작했다.

홍 후보자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 문제'에 대한 대안을 묻는 홍익표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기술 거래를 할 때 중기부의 기술임치제도를 활용하도록 돕겠다"고 답했다. 

그는"제가 반드시 (대기업의) 기술탈취만은 막겠다"며 "중기부가 중소기업을 대변하고 (대기업에 대한) 대항권을 행사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홍 후보자는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를 묻는 김병관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사회적 경제 협동조합 특별 지원을 위한 팀도 만들어 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창업에서부터 수출 마케팅까지 다양한 지원방식을 가졌지만 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에 대해 거의 지원이 없다는 걸 보고 너무 놀랐다"며 "우리(중기부) 소관으로 가져오는 것도 찬성한다"고 말했다. 

홍 후보자는 이채익 한국당 의원이 '재벌은 암세포'라고 한 과거 발언을 지적하며 편향적 사고라고 꼬집을 때에는 "말씀하신 내용을 유념해서 더욱 조심하겠다"고 자세를 낮추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면서 "대기업이 경제력을 남용해 성장하는 게 문제라는 이야기를 드린 것"이라며 "혁신하는 대기업은 지원해야 하고, 대기업의 벤처 M&A(인수합병), 고용 증대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적극 해명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0일 오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0일 오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홍 후보자는 여당 의원들의 지원사격에 힘입어 자신의 강점을 부각하며 강력한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을지로위원회를 통해 현장을 많이 다녔다. 누구보다 현재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어려움과 절실함을 느끼고 있다"며 "부족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장관 후보 지명을 수락한 이유는 너무나도 (중소기업들이) 절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오후 5시40분을 기점으로 이날 인사청문회의 본질의와 보충질의는 종료됐다. 

홍 후보자에 대해 민주당은 장광 후보로 적격하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한국당은 의혹 해소에는 부족했다는 기류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적격 여부를 놓고 고심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홍 후보자를 끝으로 문재인 정부 첫 조각을 마무리하려는 여권이 야당의 반대에도 장관 임명을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여전히 여야의 시각차가 워낙 큰 만큼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은 불투명할 전망 역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