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서 열심히 운동하고 나올 테니 그때 보자.”
지금으로부터 9년 전인 2008년 8세 여아를 강간·상해한 혐의로 12년 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 성폭행범 조두순의 발언이다.
당시 검찰은 범행의 잔혹성 등을 고려해 전과 18범인 조두순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법원은 조두순이 술에 취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점을 들어 징역 12년형을 내렸다.
사건을 담당했던 수원지검 안산지청은 이에 항소하지 않았고, 조두순의 출소는 어느새 3년 앞으로 다가왔다.
최근 여론은 이 사건을 놓고 다시 들끓고 있다. 피해자 가족은 보복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으며 가족이 아닌 사람들도 공포에 휩싸인 분위기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출소 반대와 재심을 외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출소 반대와 재심 여론은 점점 커지는 분위기지만 조두순에 대한 재심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일사부재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일사부재리 원칙은 한 번 처리된 사건은 다시 다루지 않는다는 법의 일반원칙을 말한다. 어떤 사건에 유죄 또는 무죄 판결이 확정됐을 경우 동일사건에 대해 두 번 다시 공소 제기를 허용하지 않다는 뜻이다.
예외적으로 재심이 허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유죄인 상황에서 무죄 선고를 위해서만 허용된다. 따라서 조두순의 경우 이 또한 적용하기 어렵게 된다.
성폭행 사건과 이에 준하는 경악스러운 범죄들에 대해 대한민국의 법은 누가 보기에도 다소 미흡한 처벌을 내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를 경우 형을 감경한다는 건 모순이다.
사법당국의 미온적 태도는 가해자들의 죄의식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더 흉악한 범죄를 야기하는 원인이 된다.
술에 취했다고 감형하는 온정주의를 버리고 주취 범죄에 대한 일벌백계(一罰百戒)가 필요한 시점이다. 성범죄가 사라질 때까지 강력한 법집행이 이뤄지길 바란다.
[신아일보] 박고은 기자 goeun_p@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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