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직 검사 투신, 검찰 강직함이 필요할 때
[기자수첩] 현직 검사 투신, 검찰 강직함이 필요할 때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7.11.08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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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적폐청산이냐, 살려내라."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의 빈소에서 터져 나온 비통한 고성이다. 변 검사는 검찰이 적폐청산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국가정보원의 '댓글 수사' 방해 의혹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변 검사의 죽음에 서울중앙지검은 침통하게 가라앉은 모습이다.

검찰 내부에서 국정원 수사를 놓고 '무리한 청와대 하명수사'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던 중에 동료였던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정원 댓글수사와 관련한 죽음은 변 검사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30일 국정원 소속 정모 변호사도 수사 과정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불과 일주일 새에 두 법조인을 국정원 수사로 잃은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검찰 내부에서는 적폐청산 수사에 대한 피로감과 반감이 급증하는 분위기다.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가 사실상 현 정부의 지나친 과거사 집착과 정치보복의 일환으로 국민과 국정을 갈라놓고 있다는 거센 질타도 잇따르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더 이상의 부작용을 없애려면 적폐청산 수사가 내부를 다독이고 속도를 조절하는 등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난 수십 년간 반복된 우리 흑역사의 단절을 위해선 적폐청산 수사는 끝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두 젊은 법조인의 죽음은 분명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이에 가로막혀 부정한 실체의 민낯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또 다시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되풀이하게 된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적폐의 끊임없는 재발을 경험했다. 제 살을 베는 심정으로 우리가 과거를 바로 잡아야하는 이유다.

적폐청산은 오랫동안 쌓인 폐단을 없앤다는 의미다. 국민 모두가 낡은 질서나 관행에 좌절하지 않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적폐청산은 반드시 필요하다.

검찰이 이번 사건으로 적폐청산의 목적을 흐린 채 흔들리지 않길 바란다. 지금 검찰에게는 고통을 참고 환부를 도려낼 수 있는 강직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