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권 적폐청산 공허한 메아리 되나
[기자수첩] 금융권 적폐청산 공허한 메아리 되나
  • 이한별 기자
  • 승인 2017.11.07 14: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금융권은 수장들이 갑작스러운 사임 또는 검찰조사 대상에 오르며 뒤숭숭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책임을 지고 갑작스레 사의를 밝혔으며 김용환 NH농협금융그룹 회장 또한 채용비리 의혹으로 수사 대상에 올랐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또한 최근 노조가 진행한 설문조사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이 같은 대대적인 사정 바람은 표면적으로 금융권에 만연한 적폐청산이라는 명목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사법당국의 전방위적 수사를 시작으로 금융권의 전 정권 인사 솎아내기를 시작했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손해보험협회장에 김용덕(67) 전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이 선임되며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가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임기만료를 앞둔 생명보험협회장과 은행연합회장 후임으로도 양천식(67) 전 금감위 부위원장, 홍재형(79) 전 부총리 등 관료 출신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국내 금융산업은 산업자본의 은행지배를 차단하기 위해 은산분리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재벌들이 자기 사업에 은행 자금을 쌈짓돈처럼 유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같은 '주인없는 은행'이라는 특징은 오히려 정부가 주인 노릇을 하기 쉬운 구조로 작용해왔다.

이른바 '관치금융'으로 정부는 은행들의 금리나 금융상품 통제는 물론 은행장 등 인사에까지 입김을 불어 넣었다. 이는 국내 금융회사들의 경쟁력 저하, 채용비리, 부실 기업에 대한 천문학적 규모의 혈세 투입 등 관치금융의 폐해로 나타났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을 외치며 낙하산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최근 금융권에 몰아치는 사정 한파와 고위직 인사 관피아 복귀 논란 등에 문 정부가 내세운 적폐청산은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뿐이다. 문 정부의 금융권 인사가 신적폐가 구적폐를 몰아낸 꼴로 남을까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