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모은 저금통 200개 기부한 '익명의 천사'
40년간 모은 저금통 200개 기부한 '익명의 천사'
  • 김삼태 기자
  • 승인 2017.11.0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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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이웃에 써달라"… 울산 북구청에 종이 박스 담아 전달
익명의 한 기부자가 지난 40년간 모은 돼지 저금통.(사진=울산시 북구)
익명의 한 기부자가 지난 40년간 모은 돼지 저금통.(사진=울산시 북구)

울산 북구에 얼굴없는 천사가 나타났다. 한 익명의 기부자가 40년 동안 저금통에 모은 동전 5000여만 원을 장학재단에 기탁한 것.

6일 울산 북구에 따르면 북구 농소동 주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성은  최근 북구교육진흥재단에 자신이 모은 200여 개의 저금통에 든 돈을 모두 기부하고 싶다고 밝혔고, 재단 관계자들은 저금통을 회수했다. 

구청 직원들은 지난달 18일 오전, 이 남성이 알려준 한 사무실을 찾아갔다가 깜짝 놀랐다. 각양각색의 저금통 200여 개가 수북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빨간 돼지부터 원통형, 과일 모양 등 형태와 크기가 다양한 저금통은 지난 40년의 세월을 그대로 드러냈다. 저금통들에는 10원짜리 동전부터 꼬깃꼬깃 접힌 지폐 등이 가득했다. 

재단 관계자들이 기부자로부터 받은 저금통을 은행으로 옮겨 돈을 세었더니 5130만150원이 들어 있었다. 

울산에서 익명의 기부자가 북구교육재단에 기부한 저금통 안에 들어있던 동전.(사진=울산 북구청)
울산에서 익명의 기부자가 북구교육재단에 기부한 저금통 안에 들어있던 동전.(사진=울산 북구청)

특히 기부자는 자신의 이름과 나이, 주소, 직업 등 개인 정보가 일절 알려지지 않기를 원했다. 

북구 관계자는 "기부자는 지금까지 모은 돈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박스에 담은 저금통만 전달했다"며 "어디든 어려운 사람들에게만 쓰인다면 좋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기부자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고 싶어 40여 년 전부터 저금통 동전모으기를 시작했다고 한다"며 "꼭 필요한 곳에 사용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북구교육진흥재단 기탁을 결정했다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박천동 북구청장은 "기탁자의 뜻을 반영해 북구 인재육성을 위한 장학사업과 교육경쟁력 향상을 위해 귀하게 사용하겠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기탁금은 북구교육진흥재단 이사회 의결과 울산시교육청 승인을 거쳐 지역 비정규직 및 저소득 자녀 장학금 지급과 교육발전을 위한 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