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는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인한 여성의 공포와 강요된 죄의식을 없앨 것이며 여성에게 더 존엄한 삶을 가져다줄 것이다.”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 청원 게시판을 통해 수십만 명이 참여하며 다시 불이 붙은 ‘낙태죄 폐지’ 논란을 놓고 찬반양론이 격화되고 있다.
낙태죄 폐지를 찬성하는 쪽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반대하는 쪽은 생명은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양측의 의견과 다양한 사례들을 접하다 보면 사실 모두가 틀린 말은 아니다. 동시에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그에 따른 여러 가지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낙태를 하는 것이 여성의 존엄을 지킨다는 주장만큼은 다소 비약적이고 자기모순적인 부분이 없지 않다.
낙태죄 합법화를 요구하면서 “원치 않는 출산은 엄마와 아이, 그리고 국가 모두에게 비극적인 일”이라며 여성의 존엄성을 언급한 청와대 청원만 해도 그렇다.
논리대로라면 우리는 아직 육아준비가 되지 않은 10대 또는 20대 초반의 미혼모가 낙태가 아닌 출산을 선택한 상황에 대해 비극적인 일이라며 손가락질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 누가 다른 사람의 행복과 불행을 예측할 수 있단 말인가. 생각해보아야할 부분이다.
또한 여성의 존엄성을 논하기 이전에 인간의 존엄성을 먼저 논한다면 사실 낙태를 하는 것이 여성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낙태를 하지 않는 것이 여성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낙태 자체를 운운하기에 앞서 우리나라의 미비한 성교육 시스템을 개선하고, 출산과 양육에 대한 국가의 정책적 지원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우선시된다면 낙태죄 폐지 논란은 다소 사그라들 수 있지 않을까.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식으로 이 논란은 절대 불식시킬수 없을 것이다. 찬반 양측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
저작권자 © 신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