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필벌(信賞必罰)’을 처음으로 등장시킨 이는 ‘한비자’로 알려져 있다. 한비자는 임금이 사용해야 할 7가지 방책(七術)을 소개했는데 그 중 2번째가 필벌(必罰), 3번째가 신상(信賞)이었다. 지금처럼 ‘신상필벌’이라 한 단어처럼 묶어서 쓴 것은 ‘후한서’부터다.
이후 공을 이룬 사람에게는 반드시 상을, 잘못을 저지른 이에게는 꼭 벌을 주어야 한다는 ‘신상필벌’은 조직관리의 기본 원칙 중 하나로 언급되고 있다. 물론 최근 ‘당근과 채찍’이 가져다주는 효과의 한계를 지적하는 리더십 연구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조직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서는 여전히 필요하다는 견해가 다수다.
‘사람중심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현 정부는 일관적으로 개혁을 지향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개혁정책에 대한 압박감을 토로하는 기업들이 늘어가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몰아치기식’ 개혁은 최대한 지양한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힌 바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확대, 법인세율 인상 등의 개혁조치가 쉼 없이 추진되고 있어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개혁이라는 원론에 동의하지만, 기업이 추가로 집행해야 하는 비용부담에 반해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이나 규제개선은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
각종 경제·경영 관련 단체, 연구기관 등의 분석에 따르면 현 정권 집권 기간동안 주요 개혁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경재계에 필요한 비용이 대체로 70~100조 원대라는 추산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당장 내년에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 전체 인건비가 15조2000억 원 더 들 것으로 예상했다.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이 실현되면 중소기업의 인건비 추가 부담액이 2017년 대비 2020년 한 해 81조5259억 원에 이른다는 게 중기중앙회의 추산이다.
주당 근로시간을 단축할 경우 기업이 추가로 연간 12조3000억 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게 한국경제연구원의 추산이다. 통상임금 역시 비용증가의 직접적 요인이다.
최고 법인세율도 25%로 높아진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7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상위 대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이 3조1000억 원 늘어난다. 그동안 일부 감면받았던 연구·개발(R&D) 비용과 설비 투자액에 대한 세액공제도 줄어든다.
여기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 통과여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결과 관세율 조정 가능성, 산업용 전기요금제 개편, 탄소배출권 거래제 유상할당 등도 추가된다.
한 사회가 모든 기업에게 기업시민으로서의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이 경우 기업이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도 함께 제공돼야 한다.
최근 기업들이 토로하는 압박감을 ‘엄살’이냐 ‘절규’냐의 이분법으로 해석하는 것은 당장 성장의 과실을 만들어 분배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했을 때 실속 없는 논쟁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지금까지 개혁의 필요성을 설파하는 것으로 ‘필벌’ 의지를 간접적으로 밝혀왔다. 이제 ‘신상(信賞)’을 제안해 기업이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구성원들에게 비전과 희망을 심어주지 못하는 기업의 경영혁신 활동이 성공한 예는 없다. 하물며 국가의 혁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