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우리은행 등 금융권 채용비리가 극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설마’하던 채용추천제도의 윤곽이 드러나자 전국의 취업준비생들이 좌절하고 있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취업준비에 매달리는 풍토 속에서 부모 잘 만나 전화 한통으로 취업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청년들은 분노하기 보다는 허탈해하고 있다.
특히 하반기 채용시즌을 맞아 시중은행과 공기업의 면접 전형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채용 비리 소식이 전해지자 그 충격이 더 커졌다.
사실 금융권은 취업은 청년 누구라도 선망하는 일이다. 그 이유는 몇 가지만 비교해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금감원의 경우 직원 1인당 평균 보수액은 2015년 기준으로 9574만원에 달했다. 월평균 급여로 환산하면 798만원이다. 이는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기준 임금근로자 월평균 소득 329만원(세전)의 2배보다 더 많았다.
대졸 신입사원 초임도 기본급에 각종 수당을 더한 평균 보수액이 4171만원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금감원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평균 이상의 연봉이 보장되는 셈이다.
은행권의 급여총액도 금감원 못지않다. 우리은행의 경우 1인당 평균급여가 8000만원이고, 국민은행은 8300만원 꼴이다. 직원 급여총액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고졸과 대졸, 군필과 미필자를 모두 합산한 평균치임을 감안하면, 군필 대졸 정규직 사원의 경우 평균보다 더 높아진다. 여기에 자녀학자금이나 개인연금, 의료비 등 각종 복지혜택까지 합산하면 금융권 처우는 더 올라간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청년 100명 중 16명이 빚을 냈고, 그 중 11%는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한 연체자로 파악됐다. 금융위원회 등이 청년 1700명을 상대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16.3%인 277명이 금융권 등에서 돈을 빌려 쓴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 850명중 12.5%인 106명과 비(非)학생 850명중 20.1%인 171명이 대출을 경험했다. 특히 대학생의 평균 대출액은 593만 원이었다. 이중 은행대출이 평균 1191만 원, 저축은행 800만 원, 취업 후 상환 학자금 596만 원, 일반 학자금 353만 원이었다.
물론 금융권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에서도 높은 연봉과 좋은 복지제도를 누릴 수 있는 곳은 많다. 우수 인력들이 몇 년간 고생해서 취업준비를 하는 것도 취업 후 따라올 복지와 연봉 또는 사회적 지위나 명예 때문이다. 그런 노력이 의미 없다는 뜻이 아니다. 당연히 스스로 노력해서 그런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남의 꿈을 짓밟는 반칙이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어쩌면 금융권 스스로 채용과정을 투명하게 할 여력이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 지금의 허탈감이라면 취업준비생들이 믿지 못할 것이다.
외부의 입김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금융권 채용과정이 투명해지고 관련 규정을 엄격하게 만드는 일이 우선이다. 문제가 드러나면 엄격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처벌규정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급선무는 하반기 채용과정이 그 어느 때보다 투명하고 깨끗하게 치러진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