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이 1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다시 한 번 지방분권 개헌을 선언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개헌 내용 중 기본권과 지방분권을 먼저 언급했다. 개헌과 국민의 뜻을 받드는 일로 변화한 시대에 맞게 국민의 기본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방분권·자치분권은 문 대통령의 오랜 소신인 만큼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편성한 예산안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이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읽힌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명실상부한 지방분권을 위해 지방분권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문 대통령이 역설한 지방분권형 개헌은 야당 소속의 광역지방자치단체장도 공감하는 부분인 만큼 정부와 여야의 교집합부터 찾아 간극을 좁혀보자는 의도가 엿보인다. 지방분권이란 이견 없는 이슈로 여당과 야당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선거제도 개편을 화두로 삼아 정치권의 논의를 이끌어내자는 의중이다.
문 대통령이 평소에도 지방분권 개헌을 강조하는 이유는 한국 사회의 역동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혁명적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중앙으로 집중됐던 권한이 지방으로 이양돼 행정, 입법, 재정, 복지 등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갈 때 일어날 시너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우선 지방정부가 자신에게 부여된 자율성에 걸맞은 청렴성과 유능함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아직도 물음표다.
1995년 6월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이래 현재까지 지방자치단체나 지방의회가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러운 일이 더 많았다. 각종 비리와 불법으로 얼룩진 사례는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민망한 수준이다.
능력이 있고 없음을 떠나 청렴함조차 갖추지 못한 지방 동량에게 막대한 권한만 넘겨주는 오류를 범하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을 일축치 못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방안은 이미 제시되어 있다.
지방자치의 본질인 견제와 감시체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입법과 행정을 구분해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고 상호견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것이다. 견제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권력이 부패하는 것은 역사가 잘 보여주고 있다.
지방분권은 시대적 요청이며 대한민국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의 정치 지형상 지방자치의 일당독식 구조를 약화시킬 방안을 찾아야한다. 다양한 정치 세력의 참여로 지방자치의 활성화가 이뤄진다면 금상첨화다. 일부에서 제안되는 지역정당의 허용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지배정당의 의석점유율 제한도 고려해볼만하다.
궁극적으로는 지방자치가 경쟁적 구조를 갖도록 해 상호 견제와 감시가 원활한 풍토를 건설해야한다.
문 대통령이 재차 선언한 지방분권 개헌으로 우리 사회의 진정한 민주주의가 구현되는 길을 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