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재개발·재건축, 과외가 필요해
[기자수첩] 재개발·재건축, 과외가 필요해
  • 이정욱 기자
  • 승인 2017.11.0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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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폰이라도 기능을 제대로 모르면 단순한 전화기에 불과하다. 아무리 비싼 최고급 스포츠카가 내 집 주차장에 서 있어도 운전을 할 줄 모르면 그림의 떡일 뿐이다.

최근 불거진 재건축·재개발사업의 과당경쟁과 각종 부조리를 막기 위해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놨다.

개도 차원에 그치던 행정조치를 명확히 규제화 함으로써 정도에서 벗어날 경우 입찰 무효화 또는 시공권 박탈의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확실한 방향 설정이 투명한 정비사업을 만드는데 상당부분 효과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한 가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이 같은 규제가 현장, 특히 조합원들의 변화를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느냐다.

법과 제도에 대한 습득력이 높은 건설사들이야 법의 테두리가 어디까지 인지를 제대로 알 수 있을지 몰라도 조합원들의 상황은 다르다.

먹고 살기에 바빠 제도를 꼼꼼히 살피기 어려울 수 있고, 노약자의 경우 열심히 공부를 한다 해도 놓치는 부분이 많을 수 있다.

최근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 이사는 사업 과정에서 뇌물을 받아 징역 12년에 벌금 5억원, 추징금 6000만원을 구형받았다. 올해 나이 71세인 이 이사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법에 대해 아무런 개념이 없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법에 대해 몰랐다손 치더라도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많은 조합원들이 무지에서 비롯된 오판을 내리는 경우가 허다한 것도 사실이다.

정부가 강도 높은 규제책을 내놓자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음성적 탈법 행위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건설사들이 지금보다 더욱 보이지 않는 곳으로 파고 들어가 조합원들을 유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도 조합원들이 법과 제도를 확실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얼마든지 발생 가능하다.

어찌됐건 상식을 벗어난 부정이 판치던 정비시장에 기존보다 명확해진 규제를 가한 것은 환영한다. 그러나 한 편에서는 조합원들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교육이 동반돼야 한다.

조합원들이 건설사 홍보요원의 말을 걸러서 듣고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교육의 범위는 부정행위에 대한 기준은 물론 사업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까지 이어져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런 부분에 대해 지금보다 훨씬 큰 책임을 져야 할 필요가 있다. 최신 스마트폰이든 최고급 자동차든 뭘 알아야 제대로 그리고 올바로 써먹을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