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사회책임투자 강화해 착한 기업 투자↑
국민연금 사회책임투자 강화해 착한 기업 투자↑
  • 정수진 기자
  • 승인 2017.10.3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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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관련 기업‧일본 전범 기업 투자 줄어들듯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국민연금이 사회적 책임투자를 강화한다고 밝혀 가습기살균제 관련 기업이나 일본 전범기업 등 투자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31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정부는 국민연금기금을 관리‧운용하는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기금운용위)에 사회책임투자 관점에서 기금운용을 평가하고 모니터링하는 이른바 ‘사회책임투자위원회’를 별도 설치하기로 했다.

사회책임투자는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기부의 차원을 넘어 환경, 사회적책임, 지배구조 등 분야에서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착한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방식을 말한다.

사회책임투자위원회의 모니터링을 통해 사회적 물의를 빚거나 투명경영을 실천하지 않는 등 명백하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기업에 대해 기금 투자를 제한하거나 투자 변경하도록 권고한다.

복지부는 11월 중으로 기금운용위에 이런 방안을 보고해 논의하며, 논의결과를 바탕으로 내년에 사회책임투자위원회를 구성하고 운영규정을 만들 방침이다. 사회책임투자 가이드라인 등도 제정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그간 사회책임투자 비중이 작고, 투자 기준도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지난해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펀드 투자 규모는 6조3706억원으로 전년보다 5137억원 줄었다.

2016년 기준 사회책임투자 중 대형주 투자비중은 78.1%에 달하며, 소형주는 11.71%, 중형주는 0.74%에 불과할 정도로 사회책임투자가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투자 비중을 보여주듯 국민연금은 국정감사 때마다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기업이라도 수익성을 토대로 투자해 지적받는다.

국민연금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7년 3월 현재 가습기 살균제 관련 기업 투자액은 2조7578억원(평가금액 기준)으로 2016년말 대비 9.1%(2301억원) 증가했다. 2013년 비교하면 50.5%(9255억원) 늘어난 규모다.

특히 국민연금은 가습기 살균제로 사망자를 낸 영국의 옥시레빗밴키져 주식을 1859억원어치 보유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409억원이나 많다.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도 2013년 말 51개 기업 6008억원(평가금액 기준)에서 2017년 6월 73개 기업 1조3699억원으로 증가했다. 3년 새 투자기업 수는 1.4배, 평가금액은 2.3배 많아진 것이다.

이에 대해 국회에서는 지탄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은 “국민연금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한 기업에 투자한 것은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라며 “사회책임투자 원칙에 기반을 두고 가습기 살균제 관련 기업과 전범 기업에는 투자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재근 의원은 “국민연금 국익에 반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즉각 멈추고, 투자원칙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국민연금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기금운용위를 상설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사회책임투자위원회를 신설하며, 현재 실무평가위원회와 3개 전문위원회(의결권행사‧성과평가보상‧투자정책)를 둔 기금운용위는 실무평가위원회와 4개 전문위원회 체제로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