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보류… 결국 日에 밀려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보류… 결국 日에 밀려
  • 고아라 기자
  • 승인 2017.10.3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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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국제자문위원회 "관련국들 토론하라"
조선통신사 기록물·어보·어책 등은 모두 등재
7월 25일 서울시청에서 강성현 성공회대 교수가 미군사진병이 1944년 촬영한 흑백영상을 설명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7월 25일 서울시청에서 강성현 성공회대 교수가 미군사진병이 1944년 촬영한 흑백영상을 설명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일본의 압력에 밀려 결국 보류됐다.

문화재청은 유네스코가 공개한 신규 세계기록유산 목록에 우리나라와 중국 등 8개국 14개 단체가 공동신청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31일 밝혔다.

유네스코는 위안부 기록물과 일본 정부가 단독 신청한 '위안부와 일본군 군율에 관한 기록'을 '대화를 위해 등재보류 권고' 결정을 내렸다.

앞서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유네스코 국제자문위원회(IAC)는 2년에 한 번씩 여는 전체회의를 개최해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한 130여 건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다.

이번 안건 가운데는 한국·중국·일본·네덜란드 등 14개국 시민사회단체들이 작년 여름 등재를 신청한 일본의 위안부 기록물 2744건이 포함돼 있다.

당초 우리 정부는 이른 시일 내로 사무총장에게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권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IAC를 준비했으나, 일본의 물밑 작전으로 끝내 등재가 불발됐다.

실제로 일본은 IAC 관계자들과 접촉해 위안부 기록물 등재에 대한 이견을 제기하는 한편, 매년 유네스코에 내는 분담금을 무기로 유네스코를 압박했다.

이에 현재 미국과 이스라엘이 동반 탈퇴한 상황에서 임가 보름 가량 남은 보코바 사무총장이 최대 후원국으로 부상한 일본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IAC와 유네스코는 이해 당사국 간 역사 인식이 다를 경우 심사를 보류한다는 내년도 제도 개혁안을 앞당겨 적용해 심사를 보류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8일 유네스코 집행위원회는 세계기록유산과 관련해 이견이 있을 경우 당사국간 대화를 촉구하고 의견이 모아질 때까지 최대 4년간 심사를 보류하는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바 있다.

하지만 새 제도의 적용을 받을 경우 일본의 강력한 반대가 예고되기 때문에 의견을 좁힐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유네스코가 이번 성명에서 밝힌 것처럼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관계자들을 대화의 자리에 불러 모은다 할지라도 위안부 기록물 등재의 이견이 좁혀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유네스코는 홈페이지에 게재한 세계기록유산 심사 결과 성명에서,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 보류 결정과 관련해 "등재 신청국들과 관련국들 간의 대화를 도모하도록 사무총장에게 권고했다"고 말했다.

또 성명은 "가능한 모든 위안부 관련 문건들이 공동 등재로 이어지도록 관련국들이 대화할 수있도록 편리한 시간과 장소를 마련할 것을 권고한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과 일본의 민간단체가 등재를 공동 추진한 '조선통신사 기록물'과 '조선왕실의 어보와 어책',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은 모두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신아일보] 고아라 기자 ar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