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빛 지표들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지만 한국경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착시현상에 빠져 안주하면 미래가 없다는 우려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3%대 성장이 확실시 된다. 3분기 한국 경제성장률도 작년 동기 대비 3.6% 올라 2014년 1분기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3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기대 이상의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중국 경제성장률과의 격차가 약 15년 만에 최소 수준으로 좁혀졌다는 해설도 등장한다.
부질없는 해석이다.
중국은 과거와 같은 초고속 성장을 기록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 국가다. 이미 수년전부터 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수년간 우리가 2%대 성장만 지속한다 해도 격차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3%대로 회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글로벌 경기회복 추세와 ‘슈퍼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반도체의 강력한 실적 덕분이다.
전문가들도 성장률의 깜짝 증가는 반가운 일이지만 수출에 크게 기댄 면이 있고 확산 효과도 제한된 점 등을 고려해 금리 인상 등 정책을 신중히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렇듯 지표로 보는 경제는 안정적이지만 취업시장 등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여전히 추운 겨울이다. 경제 성장을 이끈 수출 지표가 고용 지표와 괴리를 보이는 것은 수출이 고용 유발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반도체 등 장비산업 위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산업경쟁력이 단기간 내에 급상승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반도체 경기가 꺼지면 지표는 급락할 수밖에 없다. 당장의 지표보다 쏠림현상을 극복해 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준비가 절실하다. 이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내기 위한 필수조건이기도 하다.
2500선을 넘어 연내 2600선을 넘보는 코스피지수의 상승도 다수 상장기업의 실적 호전 때문이라기보다 시장을 주도하는 대장주들의 선전 때문이라는 분석이 보다 설득력 있다. 실제 올해 상장사 주식 10종목 중 1개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상황이지만 주인공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삼성전자나 셀트리온 등 시총 상위주들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장주들 덕분에 연내 코스피가 2600선 돌파까지 예상까지 등장했지만 코스피와 코스닥의 격차는 여전하다.
4차 산업혁명 등 정부 정책 효과를 고려하면 올해보다는 내년에 기대할만하다는 게 증권업계의 기대지만 코스피처럼 장을 끌고 가는 힘이 강하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코스피처럼 코스닥 전반에 온기를 전달할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 있는 스타기업이 없다는 토로이기도 하다.
물론 사드보복과 북핵리스크, 격화되는 글로벌 경쟁이라는 악재 속에서 받아든 우수한 성적표다. 폄하할 필요는 없다. 다만 각 지표에 담겨있는 쏠림현상, 혹은 착시요소들을 명확히 구분해 내야 한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사회 전반의 합리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기업의 생존을 위한 지원보다 근원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