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중소조선소 처리 방안 두고 '골치' 
국책은행, 중소조선소 처리 방안 두고 '골치' 
  • 이한별 기자
  • 승인 2017.10.29 15: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월 실사 개시… 죽이기도 살리기도 어려운 상황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국책은행이 중소조선소 처리 방안을 두고 골치를 썩고 있다. 중국업체와 경쟁을 고려하면 독자 생존이 어려울 것으로 보여 살리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죽이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권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7월부터 STX조선에 대한 실사를 진행을 통해 향후 독자 생존이 가능한지 파악하고 있다. 수출입은행 또한 이달부터 성동조선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STX조선, 수은은 성동조선의 주채권은행이며 동시에 대주주다. 양대 국책은행은 중소조선소 처리 문제를 두고 비슷한 상황에 빠져있다.

최근 조선업계는 조선업황이 침체된 가운데 중국업체가 저가 공세를 내세우며 두 조선사가 좋은 가격으로 배를 수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익이 나지 않는 가격으로 수주할 경우 적자만 쌓이게 되므로 STX조선과 성동조선 모두 독자 생존이 가능한지 여부에 의구심이 일고 있다.

하지만 산은과 수은은 중소조선소 처리 방안을 두고 쉽게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 통상 실사는 1∼2개월이면 완료되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채권단이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STX조선과 성동조선은 1년 이상 수주 공백에 따라 곧 일감 부족사태를 맞게 된다.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은은 성동조선이 5월에 수주한 탱커에 대한 RG 발급을 미루다가 지난 7월에야 내줬다. STX조선은 7월 그리스 선사로부터 수주한 탱커에 대한 RG를 여전히 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RG 발급이 지연될 경우 수주가 취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논란 중인 수주 건은 데드라인이 이달 말까지다.

7월 수주 건에 대한 RG를 발급받지 못 할 경우 9월에 수주한 선박 4척을 비롯해 현재 협상이 중인 수주 건 또한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중소조선소의 처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채권단의 힘만으로 인력감축 등 이해당사자의 고통분담을 끌어내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아 중소조선소를 죽이는 것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