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취준생 울리는 ‘채용비리’…신뢰성 확보가 우선
[기자수첩] 취준생 울리는 ‘채용비리’…신뢰성 확보가 우선
  • 김성욱 기자
  • 승인 2017.10.2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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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정감사에서 강원랜드·한국전력 등 공공기관을 비롯해 우리은행 등 사기업의 채용비리까지 밝혀지면서 취업준비생들의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대다수의 취업준비생들은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실체가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지난달 10일 강원랜드 채용인원의 95%가 청탁채용이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이어 지난 17일에는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심상정 의원이 우리은행의 채용비리 자료를 공개했다. 공공기관과 사기업을 막론하고 채용비리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 당시 심상정 의원은 우리은행이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 150명을 공채하면서 이 중 약 10%인 16명을 금융감독원이나 국가정보원, 은행 주요 고객의 자녀와 친·인척, 지인 등을 특혜 채용한 의혹에 대해 지적했다.

청년 실업이 사회적 주요 문제인 상황에서 이 같은 특혜채용 의혹이 드러나자 국민의 공분은 커지고 있다. 의혹만으로도 ‘꿈과 희망’을 놓지 않는 젊은이들에게 ‘부모 잘 만나는 게 최고의 스펙’이라는 자조 섞인 푸념과 상처를 안겨준 셈이다.

이에 금융감독 당국인 금융감독원은 국민의 공분을 이해한 듯 즉각적인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을 넘어 다른 시중은행들에 대해서도 특혜 채용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산하 7개 금융공공기관과 한국거래소, 한국증권금융 등도 조사 대상이다.

문제는 금융감독원의 조사 신뢰성이 땅으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의 임원이 해당 의혹에 연루된 상황에서 조사가 성실히 진행될지 미지수다. 심 의원에 따르면 이상구 전 부원장보와 현재 공개되지 않은 현직 임원 1명이 우리은행 특혜채용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달 감사원 감사결과에서는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신입직원 채용 당시 선발인원과 평가방식 등을 자의적으로 조정해 16명의 당락을 부당하게 뒤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올해 7월까지 금융감독원 퇴직자 26명 중 절반 이상이 금융회사에 재취업했다.

이처럼 금융감독원은 최근 잇따른 채용비리 의혹에 반복적으로 지목돼 왔다.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기업에 대해 현장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조사가 진행될수록 스스로 발등을 찍을 수 있는 조사가 될 수 있는 만큼 성실히 진행될지 의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을 제외한 수사당국이나 공정위, 감사원 등 외부 기관을 통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이에 발 맞춰 취업준비생들의 노력을 헛되이 만들었던 청탁의 고리를 끊고 도덕성과 투명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 취업 비리 근절에 앞장서야 한다.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률으로 취업에 대한 문제가 어느 때보다 민감한 지금이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신의 직장’으로 손꼽히는 금융감독원이 ‘채용비리 창고’라는 비판을 받아서는 안 될 일이다. 오랜 적폐를 청산하고 돌아선 취업준비생들의 신뢰를 다시금 얻길 바란다.

[신아일보] 김성욱 기자 dd9212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