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다시 타오른 촛불… 생각 달라도 "촛불은 계속된다"
1년만에 다시 타오른 촛불… 생각 달라도 "촛불은 계속된다"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7.10.29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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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퇴진'→'적폐 청산' '사회 대개혁 실현' 달라진 구호
광화문 5만명·여의도 1만명 운집… 일부는 청와대 방면 행진
28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 주최로 열린 촛불 1주년 기념대회 '촛불은 계속된다'에서 참석자들이 촛불로 광장을 채우고 있다.
28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 주최로 열린 촛불 1주년 기념대회 '촛불은 계속된다'에서 참석자들이 촛불로 광장을 채우고 있다.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촛불집회. "박근혜는 퇴진하라"를 외치던 촛불은 1년이 지난 후 "촛불은 계속된다", "적폐를 청산하라", "사회 대개혁 실현하라" 등의 목소리를 냈다.

시민들은 광화문, 여의도, 청와대 등으로 제각기 흩어져 서로 다른 생각을 주장했지만, 여전히 충돌이나 비방은 없었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평화롭게 공존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처음 시작됐던 촛불집회 1주년을 기념하는 대회가 열린 28일 서울의 모습이다.

박근혜정권비상퇴진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이하 퇴진행동)는 이날 오후 6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은 계속된다'를 주제로 촛불 1주년 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퇴진행동 추산(오후 7시30분 기준) 5만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촛불을 밝혔다. 

박근혜는 퇴진하라'였던 집회의 메인 구호는 '촛불은 계속된다, 적폐를 청산하라, 사회대개혁 실현하자'로 바뀌었다.

행사에서는 지난 1년간 촛불집회 기록을 담은 영상과 시민들의 자유 발언이 이어졌고, 정치개혁과 세월호, 개헌, 사드 배치 등 다양한 의제 발언과 축하 공연도 진행됐다.

참여자 모두가 함께하는 소등행사와 촛불파도 타기 등은 지난 겨울 촛불집회의 열기를 다시금 느끼게 했다.

사전집회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 요구부터 사드 배치 반대, 청소년ㆍ비정규직 일자리 창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구가 이어졌고 본행사인 촛불 1주년 기념 대회에서는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할 적폐청산 과제도 발표됐다.

28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 주최로 열린 촛불 1주년 기념대회 '촛불은 계속된다'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8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 주최로 열린 촛불 1주년 기념대회 '촛불은 계속된다'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석운 퇴진행동 기록기념위 공동대표는 "한국사회 대개혁은 박근혜·이명박 정권에서 쌓은 적폐를 청산하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며 "'이명박근혜'가 뒤집은 민주주의 시곗바늘을 제자리에 되돌리기 위해 다시 촛불의 힘이 필요하다"고 1주년 촛불대회의 의의를 설명했다.

조수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군과 국정원을 이용해 댓글을 조작했으며 '녹조라떼' 4대강, 자원외교로 혈세를 낭비했다"며 "이 전 대통령을 구속하고 처벌함으로써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했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평균 월급이 1억4700만원이고 평균 재산이 40억원이 넘는 국회의원은 기득권 중의 기득권"이라며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를 도입해 국회를 바꾸는 것이 모든 개혁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전명선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대표는 "다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가에 의한 억울한 희생이 없게 하도록 하겠다는 우리의 마음은 하나"라며 "적폐세력으로 인해 중단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2기 특별조사위원회 설립으로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반대 주장도 나왔다. 김욱동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민중과 민족 절멸에 이를 언사를 운운하며 무기 강매와 통상압력을 가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규탄한다"고 했다.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이날 집회 무대에서 발표한 선언문에서 "촛불의 힘으로 탄생했다고 자임하는 새 정부 역시 실망을 주고 있다"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면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강행 등을 그 사례로 들기도 했다.

이날 집회 후 논란이 됐던 청와대 방향 행진은 공식일정에서 제외됐지만 일부 참여자들은 자율적으로 행진했다.

특히  투쟁본부는 촛불집회를 마친 9시 10분께부터 사드 철회와 한일위안부합의 폐기, 세월호 진상규명,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에 반대한다고 외치며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했다.

경복궁역 사거리를 거쳐 청와대에서 200m 떨어진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 약 40분간 이어진 행진에는 투쟁본부 추산 5000명이 참석했다.

청와대 앞 마무리 집회를 통해 이들은 "청와대 행진을 두고 이야기가 많았고, 안타깝게도 퇴진행동은 청와대 행진을 철회했다"며 "이에 대해 민중총궐기 측은 유감스러움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청와대에 온 것은 아직 적폐가 청산되지 않았음은 물론 문재인 정부가 적폐를 일부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사드 배치를 추진하는 한편 한반도 긴장을 고조하는 트럼프를 초청했기에 우리는 청와대에 와서 요구사항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청와대 인근까지 가는 행진임에도 차벽 등을 설치하지 않고 교통소통 위주로 관리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해 10월 29일 시작된 촛불집회 1주년을 기념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촛불파티 2017'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해 10월 29일 시작된 촛불집회 1주년을 기념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촛불파티 2017'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같은 시간 여의도에서는 촛불 1주년을 기념하는 '파티'가 열렸다. 

국회의사당역 인근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촛불 파티에는 특정 단체에 속하지 않은 1만여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이 모였다.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 중 상당수는 핼로윈 파티를 겸해 이색 복장 등을 하고 촛불 1주년을 즐겼고, '다스'(DAS)와 관련한 의혹을 밝히라는 뜻으로 '다스체조'를 하기도 했다. 

주최 측은 또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을 '적폐 대상' 공동수상자로 풍자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행사 후 자유한국당 당사까지 행진했다. "자유한국당은 적폐 청산을 방해하고 있다"며 "자유한국당의 지금 모습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민의 의견을 전하고자 한다"는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한편 이날 친박 단체들도 서울 곳곳에서 집회를 하고 거리 행진을 했다.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이하 국본)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제28차 태극기혁명국민대회'를 열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석방 등을 촉구했다. 

또 박전대통령구명총연합과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본부 등 친반단체들은 서울역광장과 강남역 등에서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의 무죄 석방과 한미 동맹 강화 등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