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동향] 후분양제 도입 '서두르면 체해'
[건설동향] 후분양제 도입 '서두르면 체해'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7.10.28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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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주택사업 구조·'소비자 자금 조달'에 큰 변화
PF금융 다양화·하자보수보증제 등 제도정비 필요

지난 12일 세종시 국토부 청사에서 열린 2017 국토위 국정감사에서 정동영 의원(왼쪽)과 김현미 장관이 후분양제 관련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이정욱 기자)

지난 12일 세종시 국토부 청사에서 열린 2017 국토위 국정감사에서 정동영 의원(왼쪽)과 김현미 장관이 후분양제 관련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이정욱 기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올해 국정감사에서 최대 이슈 중 하나는 '주택 후분양제 도입'이었다. 필요성을 두고 오랜시간 찬반논란이 있어왔던 후분양제에 대해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단계적 도입' 검토 입장을 밝힌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주택 공급 방식이 기존 선분양 중심에서 후분양 중심으로 변화할 경우 주택사업 구조와 자금 조달 등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PF개발금융 다양화와 하자보수보증제 등 관련제도 정비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8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 두성규 선임연구위원은 건산연 건설동향브리핑 631호에 게재한 '후분양제, 주택시장에 미칠 부작용 최소화해야' 보고서를 통해 후분양제를 도입할 경우 건설금융 및 주택품질보증제도 등 관련 제도를 함께 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근본대책으로 후분양제 도입해야 한다"는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의 의견에 "공공주택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선분양제는 아파트를 짓기 전에 분양하는 방식인 반면, 후분양제는 건설공정이 80% 이상 진행됐을 때 입주자를 모집하는 제도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주택법 체계에서도 후분양이 원칙이며 예외적으로 소유권 확보 및 분양보증 등의 요건을 갖출 경우에만 선분양이 인정된다.

그러나 사업비 조달 등의 편의와 분양대금 분할 납부 등의 편리성으로 인해 건설업계는 주로 선분양을 택해 왔다.

선분양제와 후분양제는 각기 장단점을 가지는데, 소비자 측면에서 봤을 때 선분양제의 경우 분양대금을 분할 납부할 수 있고, 입주시까지 분양권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부실시공과 하자 발생 가능성과 선택권을 제한 받는 다는 것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후분양제는 일정 비율 이상 완성된 아파트와 주변 여건을 확인한 후 구매를 결정할 수 있고, 투기적 거래행태를 예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단기간 내 분양대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 보면, 선분양은 분양 계약자의 계약금 및 중도금 등으로 공사비 조달이 가능한 장점이 있는 반면, 분양보증 등 각종 보증 및 분양가상한제를 적용 받아야 하는 제약요소도 있다.

후분양의 경우 분양가상한제를 피할 수 있지만 건설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선분양 및 후분양 제도의 장단점.(자료=건산연 건설동향브리핑)

선분양 및 후분양 제도의 장단점.(자료=건산연 건설동향브리핑)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국토부 장기주택종합계획에 따라 오는 2022년까지 연평균 38만6600채의 주택을 건설하는 경우 후분양제 하에서 건설업계의 추가조달 자금 규모는 연평균 35조4000억~47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보고서는 후분양제를 적용할 경우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건설사가 분양을 미뤄 연평균 10만채 안팎의 주택공급이 줄어들고, 분양가도 3~7%가량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두성규 선임연구위원은 이 같은 상황에 비춰봤을 때 후분양제 적용이 일반화되면 건설업계의 주택사업 구조와 소비자들의 분양자금 조달 방법 등에 큰 변화가 불가피함을 지적했다.

특히, 건설자금 조달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규모 건설사의 부담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만약 정부가 후분양에 따른 건설사 대출 보증 지원과 공공택지 우선공급 등 인센티브를 마련하더라도 PF(프로젝트 파이낸싱)개발금융 다양화 등 근본적 보완책이 없으면 시장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두 선임연구위원은 "후분양제를 적용할 경우 주택시장 현황에 대한 면밀한 파악을 바탕으로 적용시기에 대한 신중한 판단과 건설금융시스템의 선진화, 하자보수보증·주택품질제 도입 등 관련 제도 정비를 함께 추진함으로써 주택분양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