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가는 래미안] ③삼성물산 "물 바뀌면 다시 뛰어든다"…업계는 "글쎄?"
[잊혀져가는 래미안] ③삼성물산 "물 바뀌면 다시 뛰어든다"…업계는 "글쎄?"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7.10.27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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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확보 가능한 시장 '기약없는 기다림'
주택사업 내부동기·수주력 약화는 걸림돌

삼성물산이 시공한 서울시 용산구 용산3복합개발현장의 작년 7월 모습.(사진=신아일보DB)

삼성물산이 시공한 서울시 용산구 용산3복합개발현장의 작년 7월 모습.(사진=신아일보DB)

최초이자 최고의 아파트 브랜드 래미안의 입지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2년전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마지막으로 삼성물산의 재건축·재개발 수주는 최근까지 전무하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주택사업에서 철수한다느니 이건희 회장이 주택사업을 싫어한다는 등 온갖 설이 난무하고 있다. 래미안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유물로 전락할 것인가, 아니면 대한민국 아파트를 주름잡던 절대강자로 귀환할 것인가를 두고 업계의 관심이 높다. <편집자주>

삼성물산이 주택사업 신규수주를 두고 기약없는 기다림을 택했다. 건설사간 과다경쟁이 사라지고 수익성 확보가 가능한 시장여건이 조성되면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다시 뛰어든다는 계획이지만 구체적 시점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업계에서는 시장여건이 바뀐다 해도 삼성물산 내부의 동기 부족과 수주력 약화가 사업 재개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삼성물산에 따르면, 삼성물산의 주택분야 수주 잔고는 올해 1분기말 기준 10조230억원이다. 이는 연간 2조원씩 5년 정도 사업을 꾸려나갈 수 있는 물량이다.

문제는 최근 2년간 재개발·재건축 신규수주가 없는 삼성물산이 보유물량을 모두 털어내는 시점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다.

일단 삼성물산의 입장은 현재 확보된 물량을 바탕으로 주택사업을 충실히 진행하면서 시장여건이 나아지면 신규수주를 재개한다는 것이다.

재개발·재건축 수주에서 발을 빼고 있는 이유라고 밝힌 '혼탁한 주택시장'과 '수익성 악화' 문제가 해소되길 기다린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주택시장에서 신규사업을 재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무엇보다 주택사업에 대한 내부적인 요구가 크지 않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올해 상반기 기준 삼성물산 주택사업 수주액은 2290억원으로 삼성물산 건축부문 전체 수주실적(2조4380억원)의 9.4% 수준이다. 이 비율은 최근 몇 년간 1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상사와 패션, 리조트 등 여러분야에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삼성물산이 주택사업을 해야 할 동기가 약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A증권사 건설분야 연구원은 "결국은 의지의 문제인데, 주택시장이 꼭지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는 상황에서 계열사 건설물량으로도 사업유지가 가능한 삼성물산이 주택에 다시 뛰어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최근 분양한 서울 서대문구 '래미안 DMC 루센티아' 조감도.(자료=삼성물산)

삼성물산이 최근 분양한 서울 서대문구 '래미안 DMC 루센티아' 조감도.(자료=삼성물산)

다만, 일각에서는 중동을 중심으로 해외건설시장이 위축되고, 국내 SOC(사회간접자본) 마저 축소 되면서 삼성물산 내부적으로는 주택사업을 재개할 것인가를 두고 많은 고민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 마저도 2년이란 공백기 동안 약화됐을 수 있는 수주력이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실제, 삼성물산의 수주인력 중 다수가 최근 몇 년 현대건설과 GS건설, 부동산신탁사 등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이 같은 시각에 대해 삼성물산은 여전히 주택사업을 비중있게 진행하고 있으며, 수주력도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업계에서 여러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당분간 신규수주에 나서지 않고 있을 뿐 삼성물산은 주택사업을 열심히 진행하고 있다"며 "수주 인력들이 신탁사 등으로 일부 옮겨갔지만 수주력 자체는 충분하다"고 말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