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3분기 상상 이상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문재인 정부가 인위적 경기부양 대신 경제패러다임 전환에 매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특히 북핵 리스크와 중국의 사드 보복 등 악재속에 고통을 겪으며 받아든 성적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3분기 경제성장률 1.4%는 2분기(0.6%)의 두 배를 뛰어넘는 수치다. 그간 금융권의 일반적인 예상치인 0.8~0.9%를 한참 웃돈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 3%도 충분히 달성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분기 0% 성장해도 연간 성장률은 3.1%가 되고 -0.5%로 후퇴해도 연간 성장률 3.0%가 가능하다.
이번에도 수출이 효자노릇을 했다. ‘슈퍼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도체가 지표를 견인했다는, 이른바 ‘쏠림현상’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화학, 석유, 기계, 자동차 등 비교적 고른 품목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게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수출에 힘입어 제조업 성장률은 3분기에 2.7%로 2010년 2분기(5.0%) 이후 7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등으로 하반기 건설투자가 둔화할 것이라는 걱정이 많았지만, 2분기 0.3%에서 오히려 3분기 1.5%로 뛰었다.
3분기 성장률의 가장 큰 요인은 글로벌 경기 회복이다. 글로벌 투자 및 무역, 산업생산의 반등에 힘입어 세계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한 것도 성장세 회복에 힘을 보탰다. 실제 추경이 본격 집행되면서 3분기 정부소비 증가율은 2012년 1분기(2.8%) 이후 가장 높은 2.3%를 기록했다.
수출강세로 인해 경제성장률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좋지 않은 상황이다.
3분기 서비스업은 작년 동기대비 2.2% 성장했지만, 자영업자가 많은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성장률은 0.7%에 그쳤다.
민간소비 성장률은 2분기 1.0%에서 3분기 0.7%로 낮아졌다. 다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1분기 2.0%, 2분기 2.3%, 3분기 2.4%로 전반적으로 완만하게 회복되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2012년 이후 2014년을 제외하면 줄곧 2%대를 기록하던 경제성장률이 3%대로 복귀하면 그동안 하락추세를 보였던 성장률의 반등을 이루게 되는 셈이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급작스럽게 출범했지만 취임 첫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한만큼 인위적 경기부양책을 동원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이제 정부는 당초 제시한 경제운용 철학을 보다 구체화 해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 등 경제 패러다임 전환으로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체질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 재정 투입을 통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등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방안들을 서민들은 물론 중소기업인, 소상공인들이 긍정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보다 세밀한 전술을 구사해야 한다.
특히 새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혁신성장’이 이전 정권의 ‘창조경제’처럼 구체성이 결여된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다양한 정책적 배려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