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치킨을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기자수첩] 치킨을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 김동준 기자
  • 승인 2017.10.26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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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7년 전. 롯데마트는 ‘통큰치킨’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에 위치한 점포에서 치킨을 판매한 적이 있다. 마리당 가격은 5000원.

저렴한 가격에 ‘치느님’(치킨과 하느님의 합성어)이 강림했다는 소문(?)이 돌자 사람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롯데마트에 줄을 섰다.

당시 치킨 프랜차이즈에서 판매하는 치킨 한 마리 가격이 1만5000원 전후였던 것을 감안하면 롯데마트의 가격 정책은 파격적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거대 유통망을 갖춘 롯데마트가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 

결국 꼬리를 내린 쪽은 롯데마트였다. 개시 한 달이 채 지나가기도 전에 통큰치킨 판매를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재고분은 불우이웃에게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흥미로웠던 것은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의 통큰치킨에 대한 해석이다.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치킨을 사 먹을 수 있고, 저렴한 가격 덕분에 업계 간 경쟁도 촉진되는 등 통큰치킨이 경제구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게 공정위의 시각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의견은 골목상권 보호를 명분으로 한 반발의 목소리가 컸던 탓에 잘 부각되지 않았다.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했다. 여당 의원들이 증인도 아닌 참고인을 불러놓고 훈계를 한 것이다. 주인공은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이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이 중소기업이나 준비가 안된 자영업자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빈곤해소나 가계 소득의 불균형적인 구조 해소에 효율적이지 않다는 게 주요 골자였다.

그러나 이 교수의 발언이 끝나자 마자 의원들의 일방적 질타가 쏟아졌다. 인용된 자료가 잘못됐다거나 한쪽의 시각에 편향된 주장이라는 등의 비난 일색이었다. 이 교수의 발언이 듣는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는 마음씨 여린 의원도 있었다.

참다 못한 이 교수는 “제가 의원님 자식이냐”고 맞받아쳤다.

이같은 참경(慘景)을 마주하자 2010년의 통큰치킨 논란이 스쳐 지나갔다. 하나의 담론을 한 개의 시각에서만 해석하려는 이분법적 사고의 폐해 말이다.

통큰치킨 이슈 때도 그랬다. 소비자들과 롯데마트에게는 이익이 되는 사안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볼멘소리에 한 쪽이 기어이 백기를 들고야 마는 상황으로 번졌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최저임금 인상은 근로자들에겐 희소식이지만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겐 ‘악재’다. 심지어 일자리가 줄어들고 산업계 전반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마저 제기되는 상황.

최저임금 보장과 기업 경쟁력 제고가 균형을 이루려면 사용자와 근로자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제도적 지원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공공선을 모색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이 길 위에서 일방의 ‘아집’은 그저 걸림돌일 뿐이다.

[신아일보] 김동준 기자 blaams@shinailbo.co.kr